[경기도의료원, 공공의료 롤모델을 향하다] 1. 프롤로그
온 국민을 공포에 빠뜨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의 전쟁’에서도 영웅이 탄생했다. 매번 ‘적자 경영’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경기도의료원이 주인공이었다.
‘경기도 메르스 중점 치료센터’를 자처했고 메르스 감염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천덕꾸러기 취급 받던 경기도의료원은 메르스 의심환자 진료를 거부하거나 응급실 폐쇄에만 급급했던 민간병원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빛을 발했다.
그야말로 공공의료, 경기도의료원의 재발견이 이뤄지는 기회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여전히 중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진과 시설 등이 부족한 상태인데다 공공의료원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측면이 자리한다.
이에 경기도의료원이 전국적인 공공의료계 롤모델을 지향하며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는 등 적극 나서 주목된다.
민간병원이 하지 못하는 것을 책임져라
“민간병원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야 한다. 도민에게 의료의 최저 그물망이 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존재 이유이고 가야할 길이다.”
유병욱 경기도의료원 원장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민간의료기관이 수익성이 떨어져 기피하는 진료 부문을 발굴해 도의료원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의료원이 2014년 10월에 수립한 ‘2015~2019년도 중장기 사업계획’ 중 중장기 전략 목표 계획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도의료원의 중장기 전략 목표는 크게 5개다. 고객만족 증진, 공공의료서비스 강화, 사회적 가치 증대, 의료서비스 질 제고, 재정 건전성 강화 등이다.
이 중 눈길을 끄는 부문이 바로 공공의료서비스 강화다. 그 첫 번째 계획은 안성, 이천, 포천, 파주, 의정부, 수원 등에 위치한 도의료원 6개 병원이 각 지역의 민간 의료계에서 운영하지 않는 진료과를 신설 또는 강화한다는 것이다. 예로 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ㆍ신경과ㆍ외과, 포천병원에서는 신경과, 안성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파주병원에서는 신경과와 비뇨기과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또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산부인과 특화사업을 통해 저출산 시대에 현저하게 줄어든 산부인과 진료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민간 병원들이 기피하는 진료를 특화하는 것이 의미있다. 중증장애인 치과 진료를 확대하고 정신병동을 운영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보호자 없는 병실, 완화전문의료기관, 지역응급의료센터 등을 적극 운영하는 등의 계획을 적극 실행중이다.
이 같은 추진 전략 및 계획은 앞서 도의료원을 주축으로 6개 병원이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실행해 온 의료지원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이와 함께 생계유지한 곤란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비를 지원하는 무한돌봄사업, 북한이탈주민의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의료지원, 통일촌 등 민통선 주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진료,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진료 등 의료계 다양한 소외계층을 끌어안았다.
최근 평택항의 소무역상을 배 위에서 무료로 진료하는 등 도내 곳곳에 의료진을 파견해 진행하는 무료이동진료 역시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유 원장은 “도의료원처럼 6개 병원에 대한 통합 의료원(본부)을 10년째 운영하는 것은 전국에서 유일하다”면서 “이 특장점을 살려 6개 병원이 해당 지역과 인근 지자체에서 꼭 필요한 의료 수요를 책임질 수 있도록 지원사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의료계 네트워크 기반을 다져라
도의료원이 6개 병원을 공공의료계 롤모델로 만들기 위해 가장 주력하는 것은 ‘지역거점병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인근 지자체와 보건소 등 유관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 북부 지역의 3개, 남부 지역의 3개 도의료원 병원들을 중심으로 31개 시군을 의료 접근성(거리 5km 이내)을 따져 구분했다. 실질적인 지역 거점 병원이 되기 위한 초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각 병원마다 지역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복지관 등 유관기관과 만성질환관리, 운동, 금연, 영양구강상담 등의 연계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실제로 내년부터 6개 병원이 있는 지역을 두 달에 한 번씩 ‘건강 토크 콘서트(가칭)’를 개최할 계획도 세웠다. 유 원장을 포함한 6개 병원장들이 지난 8월부터 매달 현장을 돌며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대외 홍보도 강화할 예정이다. ‘먹어봐야 맛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메르스 사태로 공공의료원에 대한 도민의 긍정적인 인식이 생긴 가운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도의료원을 알려 실질적인 방문까지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각종 건강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소식지를 발간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기관에 배치하는 등의 홍보 활동을 추진한다.
유 원장은 “6개 병원은 도심형, 농촌형, 도농형 등 전국적인 공공의료계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병원을 특화하면서 유관 기관과 서로 돕는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진짜 지역 거점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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