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런 강남스타일에 빗댄 ‘홍대스타일’ 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 문화예술의 거리인 홍대 근처의 패션, 언어, 공연 등 각종 문화와 예술 그리고 행동양식의 트랜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신조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홍대스타일 무단횡단’이라는 행동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전혀 남을 의식하지 않고 홍대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단횡단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무더기로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한 사람만 잡아서 단속을 하면 “왜 나만 이렇게 단속을 하느냐 저 사람은 도망가는데”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외국인까지 합세한 홍대 앞은 마치 무단횡단의 명소로 알려져 있는듯하다. 어느 외국인은 자연스럽게 홍대스타일이니까 무단횡단이 쉽고 빠르다고 말하고 있다. 홍대 앞뿐만 아니라 전국 유흥가 주변, 스포츠경기장, 놀이공원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모두 무단횡단이 버젓이 유행하고 있다. 심히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사실 횡단보도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도로표지 또는 도로표시에 의하여 보행자의 횡단용으로 마련된 부분임을 표시한 곳’이다. 따라서 횡단보도 위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서 강력한 법집행이 이루어져야 하는 게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운전자 보다는 보행자에게 오히려 관대하게 적용되어 온 게 사실이다.
최근에 이러한 판례를 뒤엎은 판결이 나왔다. 보행자가 통화하며 무단횡단한 사고에 100%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원의 2심 판결이 있었던 것이다. 2013년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불인 상태에서 보행자가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무단횡단을 했는데 두개골 골절 등 중상을 입은 중상해 사고이었다. 법원은 운전자는 보행자가 나올 수 있는 것까지 예상해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할 수 없다’며 ‘차량의 운행 속도 또한 앞 차량에 비해 과속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하며 운전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교통안전공단의 ‘스마트폰 사용이 보행안전에 미치는 위험성 연구’에 따르면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보행 중 교통사고가 최근 4년간 1.94배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인구 10만명당 보행사망자 수가 OECD 평균(1.4명) 보다 3배 높은 우리나라(4.3명)의 실정에서 4년간 보행중 교통사고 증가율 1.1배와 비교할 때 76%나 높은 사고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휴대전화 사용 교통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10∼20대 연령층이 일반보도에서 45.9%, 횡단보도에서 24.2%가 문자를 전송하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등 위험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인지거리는 20대ㆍ30대ㆍ40대는 15m, 50대는 12.5m였지만,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할 경우에 20대는 8.8m(41.3% 감소), 30대는 6.9m(54% 감소), 40대는 3.8m(74.7% 감소), 50대는 2.5m(80% 감소)로 나타나 고령자 일수록 인지거리가 큰 폭의 감소를 보인다.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걸으면서 사용하는 것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뉴저지주의 경우 문자메시지도 멈쳐서서 하지 않으면 85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일본은 이동통신사가 보행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앱 사용 금지화면이 뜨게 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청소년에게 무료 보급한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가 횡단보도 보행 중 휴대전화 통화 딴 짓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통법규 준수는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 도로 위 횡단보도에서는 누구나 자신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주변을 살펴 주의를 다하고 인근차량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즐겁게 듣는 스마트폰의 음악이 자칫 내 생애 마지막 듣는 음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 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