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wiz 시즌결산] 1. 1군 데뷔 무난한 연착륙
‘괄목상대(刮目相對)’. 올해 프로야구 1군 무대를 밟은 kt wiz의 모습이 그랬다.
개막 11연패로 시즌을 시작하면서 ‘승수 자판기’ 취급을 받았던 막내 구단은 중반을 넘어서면서 180도 바뀌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할 정도로 과연 같은 팀이 맞나 싶었다.
지난 3월22일 KIA 타이거즈와 대결을 끝으로 시범경기를 마친 조범현 kt 감독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규시즌에서 우리 팀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지 나도 모르겠다. 계산이 서질 않는다.” 선수층이 엷은 까닭에 제대로 된 라인업을 짜기도 어려운 상황을 설명한 조 감독은 “리그의 질이나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kt는 개막 후 3~4월 25경기에서 3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5월에도 7승20패로 부진했다. 승률은 1할대에서 허덕였고, KBO리그 34년 역사상 처음으로 100패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사태가 이쯤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고민에 빠졌다. KBO는 kt의 외국인 선수 한도를 4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그러나 kt는 보란듯이 일어섰다. 6월 이후 승률이 0.457(43승49패)까지 올라갔다. 공격력 강화에 중점을 둔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교체가 반등의 원동력이었다. 대부분의 감독은 투수를 중요시하지만, 조 감독은 역발상 전략을 택했다.
신인 에이스인 투수 박세웅을 롯데에 내주고 공격력을 갖춘 포수 장성우를 데려온 것도, 투수 앤디 시스코를 방출하고 ‘거포’ 댄 블랙을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5월까지 2할 초반대로 리그 최하위를 달리던 타율은 6월 이후 3할에 육박하는 불꽃 타선으로 탈바꿈됐다.
불펜 요원들의 성장도 팀 업그레이드의 밑거름이 됐다. 프로 9년차 장시환은 제구가 잡히면서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성장했다.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가 돌아와 1월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김재윤은 누구보다 강력한 직구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또 ‘원조 장신투수’로 이름을 날린 정명원 투수 코치의 조련을 받은 조무근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kt는 올 시즌 신생 구단 최다승 타이기록(52승)을 세웠다. 약한 전력으로 기존 구단과 싸우는 입장에서 일궈낸 값진 성과다. 조 감독은 기존 구단과 같은 전략으론 그들을 이길 수 없단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기존의 틀을 뒤엎는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했다.
그 결과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가을야구’를 노릴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게 됐다. 팬들은 올해 kt의 드라마 같은 반등 덕분에 행복했고, 내년을 더욱 기대하고 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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