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저녁이 있는 삶’을 생각해 본다

평소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 나이지만 가끔씩 듣는 노래가 있다. 대중인기가요는 아니지만 가사가 갖는 의미가 마음에 와 닿아 핸드폰에 깔아두고 가끔씩 듣는 노래다. 요즘은 임금피크제와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등 노동 이슈가 더 크게 오르내리는 정국이라 옛날보다 더 가사를 음미하게 된다.

저녁이 있는 삶….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대선 슬로건이자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역대 어느 정치 슬로건보다 가장 멋진 작품으로 칭송 받았던 ‘저녁이 있는 삶’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하루 일을 마치고 비누 향기 날리며 식탁에 둘러 앉아 웃음꽃을 피운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침부터 회사를 위하여 그리고 가족을 위하여 열심히 일을 한 후 가족들 얼굴 볼 마음에 미소를 머금고 집에 들어온다. 그리고 하루의 피곤을 날리는 샤워를 하고 나면 맛있는 저녁 밥상이 준비되어 있다.

아내와 아들 딸은 아빠를 위해 간단한 안마도 해준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딸들과 함께 하루종일 지냈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웃음꽃을 피우면서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 서로 밥도 떠 먹여 주면서, 정말로 행복 그자체가 아닐 수 없다. 우린 언제부터 식탁에 가족 모두가 둘러앉는 모습이 거의 기억에 없다. 가족에 저녁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나누자 모두 함께 일하고 모두함께 나누자”

우리는 ‘노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힘들다, 억지로 한다, 고생만하고 댓가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그런 상황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아무리 노동이 신선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산적이라고 해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왠지 손해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똑같은 노동인데도 내가 직접하면 사업이고 타인밑에 고용되어서 하면 노동이라는 인식도 있다.

떳떳하게 모두 함께 즐겁게 일하고 당당하게 함께 그 댓가를 나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동이 가치가 존중되고 활력있는 시장경제와 더불어 공동체의 가치도 살아나는 살맛나는 세상을 꿈꾼다.그런데 이 노래를 듣노라면 첨에는 행복가득한 장면이 떠 오르다가 후반부에 가선 왠지 가슴이 막히면서 눈물이 약간 나기도 한다. 답답한 우리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저녁이 있는 삶’이 장시간 노동하는 저임금 종사자에게는 사치스런 구호라고 얘기한다. 물론 당장엔 그럴 수 있지만 우리가 함께 지향해야 하는 측면에서는 그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아닐까한다. 여태까지 정부나 정치권 또는 학계에서 나온 우리 사회의 목표 중 우리의 미래를 가장 잘 표현한 슬로건이라고 감히 애기하고 싶다.

더 잘 사는 것보다 함께 잘사는 세상.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김병욱 새정치민주연합 분당(을)지역위원장•가천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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