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자건강보험증에서 선진의료의 길을 찾다

정부는 지난 7월28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종식을 선언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메르스 공포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확진자 186명 중 36명이 목숨을 잃었고, 사회경제적 손실은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이 끝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다. 교통의 발달과 세계화로 지역적 전염병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져 언제 다시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특히 이번 메르스 사태는 환자의 경로 파악이 어려워서 혼란이 증폭됐다. 진료시 환자들의 대면진술에 의존하며 병원 간 진료이력을 공유할 시스템이 없었던 점이 메르스 확산의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체계적인 의료관리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이미 독일, 대만은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이력 등을 확인해 진찰하는 전자화된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 핵심은 전자건강보험증(IC카드)이다. 전자건강보험증은 본인 사진과 이름 등 최소한의 정보만 보험증 표면에 표기하고 다른 정보는 칩내 저장하는 방식의 카드다. 간단한 터치로 환자정보 확인을 거쳐 진찰ㆍ진료 후에 처방내역을 전자증에 저장하면 약국의 처방으로 진료 경로가 편리하게 마무리된다.

이번 메르스 사태 시 전자건강보험증(IC카드)이 도입됐다면 신속한 정보공유로 감염병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역학조사가 가능했다고 본다. IC카드 내에 진료내역과 전자처방전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의 비용 절감과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이용되는 종이건강보험증은 자격변동시 추가 발급되어 매년 2천만건, 57여억원(2014년기준)의 예산이 투입되며, 증 대여·도용 등으로 진료기록이 왜곡되어 최근 5년간(2010~2014) 48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손실이 발생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IC카드를 사용하면 전자화된 진료이력시스템으로 예산과 행정력을 막을 수 있다.

반면 전자건강보험증 도입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보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앞서 밝힌 해외 사례를 참고해 세계최고의 우리나라 IT기술과 접목시킨다면 오히려 정보보안에 있어서 현재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로만 관리되던 종이건강보험증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독일과 대만은 환자 개인, 의료진, 의료기관이 함께 접속해 3중 동시인증 후에 진료가 가능하고, 보안수준을 격상시키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 지금까지 정보유출이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자건강보험증은 기존 의료시스템에 대한 변화의 시작이다. 본인 확인이 어려운 종이건강보험증과 현재 시스템으로는 제2의 메르스를 막을 수 없고,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도 커져갈 전망이다. 따라서 국민, 의료기관, 공단 등 각계가 의견을 수렴하해 전자건강보험증을 서둘러 도입하면 국가비상 응급의료 발생 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김민호 한국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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