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선생의 좌우명으로 알려져 있는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으로 사소함 속에 귀함과 소중함이 깃들어져 있어 늘 감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 감사해야할 첫 번째 대상은 바로 물이다. 언제나 풍부하게 있을 것만 같았는데, 작금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유례없이 큰 가뭄을 겪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은 앞으로 최대 9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막막한 전망으로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속출하고, 25% 강제절수 행정명령으로 ‘워터캅’이 활동하는 등 영화 같은 장면이 현실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가뭄이 재해로 다가왔다. 매년 여름이면 찾아왔던 장마와 태풍은 그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가을로 접어드니 가뭄의 끝을 알 수 없다.
충남 서북부 지역의 유일한 광역상수원인 보령댐의 가뭄이 가장 심각하여 9월 16일 저수율이 25%로 댐건설 이후 최저 수준이다. 8월 18일부터 용수부족상황 ‘심각단계’가 발령되어 하천유지용수를 감량하였음에도, 충남 서부 8개 시군에 10월부터 생활용수에 대한 제한급수가 불가피한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그렇다면 수도권의 젓줄인 한강은 어떠한가. 최대 다목적댐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풍부한 물을 기반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으나, 올해 가뭄은 저수율을 25%까지 떨어뜨리면서 댐 건설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3월 ‘주의단계’ 발령 후 농업 및 하천유지 용수 감량, 상수원 수량 확보를 위한 수력발전 전용댐과 다목적댐 연계운영 등 비상조치에도 7월말 ‘경계단계’까지 근접했다. 다행히 태풍 할로라의 100mm 강우로 위기가 일시적으로 해소된 듯 하나 내년 봄 가뭄에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치, 경제의 중심인 수도권이 제한급수를 받는다고 상상해보라. 재난영화와 다름없다. 그제야 天災다, 人災다 갑론을박 한들 무슨 소용일까. 향후 24~35억명의 사람들이 물부족국가에서 살게 될 거라는 국제인구행동연구소의 예측에 귀 기울여 볼 때, 바로 지금이 미래 재앙을 대비해야할 골든타임이다. 그렇다면 미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
첫째, 물절약 추진이다. 가뭄 등 물 위기정보를 정확히 전달하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물절약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효율적인 절수장치를 개발보급하여 물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둘째,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이다.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물저장 시설을 통합관리하는 체계의 도입으로 유역별 상이한 기후패턴과 가뭄대응력을 감안하여 기존 수자원을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신규 수자원 확보이다. 우리나라는 현재의 수자원 보존량도 부족하지만 향후의 대가뭄에 대비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물그릇 확보를 위한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댐을 개발하여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이 2000년대 이후 373개의 중소규모 댐을 건설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지구에 닥친 기후변화를 이상기후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고착화 되었다고 생각한다. 캘리포니아 사태가 바로 우리나라 상황이 될 수 있듯이 물 재앙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 다가와 있다. 장기화되는 가뭄을 미리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정책결정과 함께 대책을 하나씩 실천해 나아가는 것이 현 시대를 사는 우리의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김균동 K-water 수도권관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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