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요한 속도, 훨씬 더 중요한 방향

현대인들에게 속도란 경쟁력이며, 필수적인 생존 기술이다. 골든타임을 노치면 일 전체를 그르치는 경우가 흔히 있고, ‘빨리빨리’가 꼭 나쁜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속도는 우리에게 커다란 자랑이며, 빠르다는 것이 주는 혜택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에서 초고속 압축 성장을 통해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그 바탕에 ‘빨리빨리’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느림은 더 이상 미덕이 되지 못한다. 주변의 모든 현상이 빠르게 변하는 스피드시대에 기다림을 실천하기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속도가 주는 혜택 만큼 부작용도 많다. 빠른 속도는 그 만큼 정신적 가치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과정에 충실하기 보다는 결과를 빨리 만들어내기 위해 기본을 소홀히 함으로써 대형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빨리 하려고 하면 오히려 도달하지 못한다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의 뜻을 마음 속 깊이 새겨보아야 한다.

또한 우리가 속도에 매달리다가 쉽게 잃어버리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가야할 방향이다.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면 삶 전체가 불안해지고 엉망이 된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엉뚱한 방향으로 달리면 목표와는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뛰다가 속도가 붙으면 잘못된 걸 알게 되어도 되돌릴 수 없다. 그 동안 쏟은 노력과 희생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후회만 남는다.

인생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기 위해서 때론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이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는 것이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다 보면 그동안 바쁜 일상 속에서 잊혀졌던 ‘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이 알려주는 답이 아니라 내면에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다. 자기 자신과 이야기하게 되고 정말 자신이 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삶의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설정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빠른 성과를 기대하며 열심히 살아가면서도 방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삶이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내적인 성숙’에 따라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한 것은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생들 개개인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갈 수 있도록 맞춤형 진로교육을 하여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집중하게 되고 즐기게 된다. 평범한 아이를 비범한 아이로 만들 수 있는 길은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정을 가지고 뛰어들게 하는 것이다.

속도를 내서 열정적으로 바쁘게 사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사는 것인지, 그 방향을 정확하게 잡는 일이다. 속도가 빠르든 느리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속도는 순간에 붙지만 방향은 순간에 설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느리게 가더라도 방향만 옳다면 모두가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인생에서 최대의 비극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실패하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일에 열정을 쏟으며 빠른 성공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속도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며,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속도를 내기 전에 올바른 방향을 잡는데서 시작된다.

정종민 여주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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