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부끄러운 통계가 또 발표됐다. 벌써 10년째다.
2위인 헝가리와의 격차도 꽤 커서 자살선진국(?)이란 불명예를 떨쳐내기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자살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그런데 보건의료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예방이 어렵다. 좀처럼 상황을 개선할만한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살은 사회적으로 매우 비극적인 손실을 초래한다. 사회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그 규모가 연간 약 6.5조원에 달한다. 자살은 단순히 숫자로 가늠 할 수 없는 우리 사회에 정서적 고통을 안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의 심리적 절망감을 접하는 국민들은 암울한 우리사회의 단면에 허탈해 한다.
그들의 선택과정에 누구라도 도움의 손길을 주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자살예방협회가 세계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을 맞아 내놓은 구호가 있다. 바로 ‘도움의 손길을 펼쳐 생명을 구하기(Reaching Out and Saving Lives)’이다.
자살에 취약한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취지이다. 안부를 묻고, 그들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어주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만으로도 아까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비극적 결과로 내몰린 송파 세 모녀에게 진정 필요했던 것은 기초생활 수급자격등 법을 통한 보호가 아니었다.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이웃의 손길이었다. 따듯한 사랑의 손길이 절실한 대상은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만이 아니다.
자살로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세상에 남은 사람들, 자살 유가족에 대한 관심도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자살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다른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유가족과는 다른 시선을 받는다. 또 그들이 느끼는 슬픔, 분노, 죄책감, 불신 등의 감정도 혼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유명 연예인 가족의 사례에서처럼 극단적인 선택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질. 정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기가 녹녹하지 않은 상항에서 주변 사람들의 안위를 보살피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간곡히 청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가? 바로 그에게 말을 걸어보자. 그것이 소중한 생명을 구원하는 사랑의 음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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