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졸 취업’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43차례의 국제 기능 올림픽에서 19번 종합우승을 한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기능한국’의 놀라운 업적 뒤에는 특성화고 출신 기능인들의 위대한 땀방울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산업화의 기적을 뒷받침한 특성화고의 직업교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변두리에 있어야 했다.

“자녀가 취업에 뜻을 두고 특성화고로 진학하면 주변에 감추고 싶었다” 고 솔직한 심정을 얘기하는 부모님들도 많았으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과도한 교육인플레이로 이어져 취업을 목적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을 이수한 특성화고 학생들마저도 80%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기에 이르렀었다.

국가적 차원에서 고졸 취업 후에 얼마든지 대학에 진학하여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평생교육시스템( 선취업 후진학 시스템 )을 갖추었는데도 그러했다. 고졸취업으로 사회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무관심속의 틀 속에 갇혀 있던 고등학교 직업교육의 필요성이 재평가 받은 것은 과중한 교육비 지출과 청년실업 그리고 노인빈곤이 사회 문제가 된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다행히도 30년간 봉직해온 공업계열 고등학교에 요즘 취업 훈풍이 불고 있다. 학생들 표정도 “고졸 취업 성공”의 기대감으로 무척이나 밝아졌다.

또래 친구들이 산으로 바다로 캠핑을 떠나는 여름방학에도 특성화고 학생들은 쉴 틈이 없다. 자진해서 학교에 나와 방학 내내 땀방울을 흘리며 기술연마를 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이렇게 학교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정도로 취업열기를 활성화 시킨 계기는 고교단계 직업교육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지원해준 중앙부처 차원의 정책적 배려 덕분이다.

“중소기업청 특성화 학교”로 지정된 본교의 학생들은 3학년 1학기부터 유망 중견기업체와 협약을 맺고 방과 후 시간에 직무에 필요한 인성교육을 받으며 여름방학 내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교육을 집중이수 한 후 9월초부터 취업을 나가게 되는데 취업 1년 후에는 산업기능요원 자격을 얻어 병역혜택도 받을 수 있다.

우리학교는 1년에 150명 정도의 학생들이 “중기청 맞춤형” 취업으로 유망 중소기업에 병역특례까지 받으며 안정적으로 취업하고 있다. 고졸 취업을 한다고 해서 학업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다.

고려대를 포함한 전국유수의 대학들이 “선취업 후진학”이나 “재직자 특별전형”등 산업체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들 대학에서는 교육과정의 상당 부분을 사이버 수업으로 진행하여 주2회 정도 출석 수업을 하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에서는 “산ㆍ관ㆍ학 협의회”를 통해 주기적 모임을 갖고 병역문제나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선취업 후진학으로 대학교육과정을 마칠 수 있는 각종지원 방안을 협의하며 진급 등 회사생활에서의 불이익이 없도록 협약업체와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협약 기업체도 기술인재에 대한 대우를 충분히 해주고 대학 진학 지원을 통해 우수한 인재로 키워나가는 노력을 보여줘야 우수한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지원하게 된다는 점을 잘 알기에 취업생의 선취업 후진학을 적극 지원함은 물론 재학생들에게도 선배들의 성공적 취업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기업탐방을 후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교육정책은 지속성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정책적 지원의 지속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우리의 기특하고 자랑스런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취업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고졸자 특별전형도 좀 더 지속성을 갖고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격차를 줄임으로써 학력보다 기술이 우대받는 사회를 실현시킨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고졸기술자가 충분히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을 때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지수도 한 단계 높아지게 될 것이다.

한대성 수원공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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