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를 보내고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광복 70주년 특집 방송 프로그램 이야기가 나왔다. 1945년생 해방둥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구동성으로 노래 가사에 그 분들의 인생이 녹아 있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70대 노인’분들의 외형적 건강이 너무 젊어보여서 놀라웠단 말도 빠지지 않았다.
사회경제수준의 향상, 의학기술의 발달 등으로 현재의 우리는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과거에 비해 약 20년(1970년 61.9세 → 2013년 81.9세)이나 증가했다. 요즘에는 70세 이하 어르신들에게는 ‘노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그러나 숫자 나이 대비 의학적 건강 나이에서도 장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자부하기는 어렵다. 기대수명에서 유병기간을 제외한 ‘건강수명’은 기대수명과 15년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외관상 건강해 보였던 해방둥이 어르신들 중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에 시달리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란 의미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주관적 건강상태도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발표도 있다.
급성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많았던 예전의 보건의료 정책의 목표는 ‘조기발견조기치료’였다. 암이나 심뇌혈관질환 등 비전염성질환이 전체 사망원인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현재는 ‘사전예방건강관리’가 우선이다. 국민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로 최대한 오래 살 수 있도록 평소에 건강을 관리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에서 적극적인 금연정책을 실시하고, 자살예방이나 절주를 위한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 등이 모두 이러한 건강증진 정책의 일환이다.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으로 국가가 본격적으로 건강증진 정책을 실시한 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지난 20년간은 정책의 추진 기반을 만들고 국민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뿌리내리는 기간이었다. 나름 성과를 거뒀다.
이제 건강증진 정책 지향점은 보건에 국한되지 않고 환경, 교통, 건설, 교육, 문화,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국민건강을 접목한 정책을 기획하는 것이다. 신체적 건강과 함께 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한 국가가 진정 튼실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광복 90주년에도 해방둥이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합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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