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음악 예찬

며칠 전 장례식장에 갔다가, 부친을 떠나보내고 슬픔에 젖어있는 처남댁으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좀처럼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처남댁은 임종을 앞둔 병상의 부친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부친이 몹시도 좋아해서 딸에게도 자주 불러주었던 가곡 ‘비목’과 ‘기다리는 마음’을 귀에 대고 들려주었다고 한다.

이승에서 부모 자식 간의 특별했던 사랑과 인연을, 두 사람만의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영원하게 이어주는 것이 바로 ‘음악’이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이렇듯 ‘음악’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영원불멸한 관계로 맺어주는 마법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음악과 더불어 살면서 누구에게나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좋아하는 노래와 음악이 있다. 일제시대, 한국전쟁을 거쳐 산업화 시대를 힘겹게 살아오신 아버지는 살아생전 옛 노래 ‘황성옛터’와 ‘두만강’을 좋아하셔서 가끔씩 노래를 불렀는데 시대적 애환과 슬픔이 짙게 묻어났다.

보다 도시적이었던 어머니가 밥상을 차리거나 빨래를 널면서 불렀던 패티김과 홍민, 김추자의 노래들은 희망찬 미래를 위한 찬가이자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는 연가였다.

음악이란 무엇일까? 음악은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든 인간의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일상이었고 또한 다양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노래는 인류와 영원한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으며, 오늘날까지 우리는 노래가 없는 문화권을 알지 못한다.

학자들에 의하면 인류는 6만여 년 전부터 동물의 뼈로 파이프나 피리를 만들었으며 점토나 청동으로 딸랑이를 만들고 북과 종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초의 악기가 출현하기 이전에, 인간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때부터 음악은 이미 존재해 왔다. 인간은 그 음악의 신비한 위력과 영향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필자가 접했던 음악들은 학창시절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됐던 ‘비틀즈’와 ‘아바(ABBA)’의 팝송, 동시대를 살아가며 친구들과 감성을 공유하게 했던 ‘해바라기’나 ‘들국화’의 국내 가요, 소위 레코드 빽판을 통해 젊음의 열정과 세상에 대한 반항기를 불태웠던 하드락과 헤비메탈, 미국 유학시절 접하게 된 묘한 매력의 재즈, 평생 직업으로 이끌어준 클래식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와 같은 노래와 음악들은 알고 보면 음계나 조성, 화성과 같은 서양음악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작곡된 것이다. 유럽 문명의 음악 원리가 오늘날 세상의 모든 음악 속에 알게 모르게 깊숙이 깃들어서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 음악 원리가 바흐와 헨델을 통해 정립되고 하이든과 모차르트에 의해 발전되어 베토벤이 집대성한 사실은 교과서에서 배워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이 우리의 옛 노래 ‘황성옛터’나 트로트, 힙합 같은 대중가요까지 이르고 있음을 알게 되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양 음악은 악기가 발달하면서 18세기 말 감정미학으로 대표되는 대중의 ‘노래’로부터 독립하여, 감정이나 가사를 묘사하는 도구가 아닌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면서 순수기악음악으로 상징되는 ‘절대음악’으로 진화했고, 이로써 인간은 음악을 통한 지적 활동을 통해 보다 더 정신적인 것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니체는 말했다. “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다.” 음악이 고단하고 지친 인간의 삶에 위로가 되고 나아가 보다 더 숭고한 정신적 안정을 제공하고 있음을, 인류의 대철학자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임형균 톤마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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