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일의 건강산책] 통일 선행과제는 건강통일이다

70주년 광복절이 곧 다가온다.

매년 광복의 역사적 의미와 맞물려 분단과 통일문제가 화두로 등장 한다. 올해도 담론과 제언의 주류는 외교. 안보. 정치. 경제 분야 일 것이다.

그런데 매우 중요한 의제임에도 간과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보건의료다. 동서독 보건의료 협정 체결이 독일 통일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분석. 학계 등 일부 전문 기관 외에 일반국민들은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

가족 동질성의 최우선 가치는 건강과 생명에 대한 일체성이다.

건강 문제를 공유하는 시스템은 게르만민족에게 일거에 한 핏줄임을 각인 시켰다. 보건의료 협력은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한 동포라는 민족 통합의 필연성을 촉발시켰다.

정치와 무관한 보건의료 영역이 대망의 통일을 성사시키는 정치적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보건의료가 어떠한 분야의 남북 협력 보다 우선해야 할 역사적 선례인 것이다. 왜 보건의료에 대한 남북 협력이 시급한 지 실태를 살펴보자. 분단 이후 각 분야 삶의 지표에서 남북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와 관련한 지표는 북한 주민들이 심각한 고통에 직면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2013년 기준 북한의 기대수명은 남자 65.6세, 여자는 72.4세로 각각 77.8세, 84.7세인 남한의 기대수명과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2010년~2015년 평균 출생아 천 명당 영아사망률은 북한이 22명으로 남한 3.4명과 격차가 매우 크다.

북한 정권이 체제 경쟁 도구로 활용했던 무상치료제는 이미 붕괴 상태다. 특권층을 제외한 일반주민들은 1.2차 의료서비스등 기본적인 혜택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는 과거 정부보다도 대박 론을 언급하며 통일 한반도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요체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정점으로 외교 안보 등 국가위상의 비약이다.

외형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만 같아 아쉽다.

통일 후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제공되어야 할 삶의 질 변화는 무엇일까? 사회주의 이념 안에서는 구호로만 존재했던, 내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지켜줄 국가의 든든한 지원이다. 열악한 보건의료 체제의 획기적 개선에서 북한 동포들은 통일이 안겨준 감동을 느낄 것이다.

연구 발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남북협력 체계 구축.국민적 관심사로 공론화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반세기 이상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이질감을 극복하는 따듯한 치유도구이기 때문이다. 통일 한반도가 명실상부한 공동체로 연착륙하려면 건강 통일이 선행과제다.

장석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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