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사설] 부패 없고, 탈세 없고, 갈등 없는 미래를 위하여

-경기일보 창간 27주년에-

1988년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전환기였다. 반만년 잠들었던 민족혼이 기지개를 켰다. 88 올림픽으로 모여든 세계인을 포용하고 보듬었다. 바야흐로 동방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세계 속 한국으로 재탄생한 순간이었다. 그 격한 변혁의 중심에 언론시장도 있었다. 1도1사(一道一社)라는 폐쇄적 독점 구도가 종지부를 찍었다. 정론직필의 기치를 내건 언론들이 속속 등장했다. 자율에 의한 무한 경쟁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바로 그해 8월 8일 경기일보가 태어났다.

갓난 경기일보에 사회는 태동(胎動)의 여유를 주지 않았다. 곧바로 사회 변혁의 한 복판으로 던져졌다. 때마침 시작된 지방자치는 당시 경기일보가 짊어져야 할 시대적 사명이었다. 경기ㆍ인천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창출해 내야 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시행착오를 지적했고 바른길로 이끌었다. 때론 강하고 때론 따뜻한 논조로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했다. 그런 노력들이 지금의 위대한 경기ㆍ인천 시대를 만드는데 작지만 소중한 밀알이 됐을 거라 자부한다.

그리고 27년. 그때의 사명과 책임은 여전히 우리 앞의 숙제로 놓여 있다. 여전히 부패는 국가 경쟁력을 발목 잡고 있고, 여전히 탈세는 국민 기본권의 불균형으로 자리 잡고 있고, 여전히 갈등은 세대 간 지역 간 부조화의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창간 27주년을 맞은 경기일보가 독자들께 드리는 미래에의 결심을 밝히고자 한다.

부패(腐敗) 없는 대한민국으로 이끌 것이다. 세계 속 대한민국은 부패가 만연한 나라다. 국제기구의 부패 조사에서 43위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고 있다. OECD에 가입한 34개국 중에 27위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는 비교할 바도 못된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후진국보다도 못하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2008년 이후 순위는 계속 하락하거나 정체 중이다. 우리 주변의 체감부패도 마찬가지다. 각종 송사로 재판정을 오가는 도내 시장 군수만 10여명에 이른다.

이 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곧 경제 성장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부패와 GDP 관계를 분석했다. 부패지수가 OECD 평균만큼만 개선돼도 1인당 GDP는 138.5달러, 성장률은 0.65%p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2% 성장을 달성하느니 마느니 하는 게 우리네 경제 현실이다. 부패 척결만으로도 4% 성장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부패 척결이야말로 대한민국과 경기ㆍ인천 지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첩경(捷徑)인 것이다. 경기일보가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탈세(脫稅) 없는 대한민국으로 이끌 것이다. 만연된 탈세는 이제 사회 전체의 납세 의식까지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사회지도층의 탈세 소식은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총리 후보의 아들이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 부총리 후보자는 증여세와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종합소득세와 지방세를 뒤늦게 낸 국세청장 후보까지 있다. 국민 MC라는 유명 방송인이 9억원의 세금을 탈루했고, 대표적 한류스타는 모범납세자 신분을 탈세에 악용했다.

국내는 물론 국외 도피 세원(稅源)까지 철저히 추적해야 한다. 국세청이 파악한 역외 탈세만 8천~9천억원에 달한다. 비정부기구가 추정하는 국외은닉 자산은 860조원에 달한다. 이 탈세의 수챗구멍을 원천부터 막아야 한다. 그때 비로소 직장인과 자영업자들만 제대로 세금을 낸다는 탄식이 사라질 것이다. 그때 비로소 직장인 지갑이 유리지갑이라는 피해의식이 사라질 것이다. 탈세 없는 사회가 곧 실질적 평등 사회다. 경기일보가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갈등(葛藤) 없는 대한민국으로 이끌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사회갈등지수 국제 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1,043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 25개국 가운데 5위다. 우리나라보다 사회갈등이 높은 나라는 터키(2,940) 그리스(1,712) 칠레(1,212) 이탈리아(1,119) 뿐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는 광역 화장장을 둘러싼 지역 갈등, 내 지역 기관 유치를 위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갈등 해소 없이는 국부(國富)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 사회의 갈등 때문에 직ㆍ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최대 246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1인당 GDP의 27%가 갈등 해소 비용으로 지불되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갈등 해소만으로 연간 246조원이 절약되고 GDP 27%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적 갈등을 막고, 지역 갈등을 막고, 이익집단 갈등을 막는 길이 곧 나라의 곳간을 채우는 길이다. 경기일보가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경기일보의 창간에는 언론 자유 구현, 관제 언론 타파, 사회적 다양성 확보라는 시대적 사명이 있었다. 새로운 27년을 시작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때 그 사명은 여전히 우리 어깨 위에 있다. 부패 없고, 탈세 없고, 갈등 없는 경기ㆍ인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역민의 뜻을 최상의 가치로 모시면서 온 힘을 다한다는 국궁진력(鞠躬盡力)의 자세로 달려갈 것이다. 우리가 창간일 새 아침에 1천600만 경기ㆍ인천 주민께 드리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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