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언론(言論)이 영웅(英雄)을 만들고, 언론과 친해져야 성공(成功)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과 진정한 소통(疏通)을 하기 위해서 ‘언론’이라는 좋은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몇 가지 예화를 살펴보자.
1983년 가을의 일이다. 당시 경제기획원 S사무관이 P사무관, 신문기자와 함께 커피 한 잔을 했다. S사무관은 이렇게 말했다. “효율적인 종합국토이용체계를 갖추기 위해서 건설부에 있는 도로국이 교통부로 이관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서 건설부와 교통부가 합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에 공감하면서 인구청 신설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P사무관의 강력한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기자의 멘트가 곧바로 이어졌다.
그 다음날 오후 모 석간신문 1면 머리 기사로 “건설부 도로국 교통부 이관, 인구청 신설” 이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이를 해설하는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이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 “이 사안은 경제기획원 실무수준에서 발상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보도되었다.
이 기사가 출고되자 당시 총무처 장관이 경제기획원 차관에게 항의 전화를 했고, 담당사무관은 곤경에 빠졌다.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이때의 언론 보도는 시간이 지나자 사실로 입증되었다. 몇 년 후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합되어 건설교통부가 출범했다. 담당자의 주장이 언론을 타자 ‘씨앗’이 된 셈이었다.
언론에 보도가 제대로 되지 못해 정부 정책이 실패한 사례도 있다. 한때 미국에 의료공영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의료비 부담 문제 때문이었다. 의료비와 보험료를 낮추어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에드워드 케네디(Edward Moore Kennedy) 상원의원이 주축이 되어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AAA(미국의료보험협회), AMA(미국의사협회) 등 거센 반발에 부딪쳐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실패의 원인은 국민의 여론을 등에 입지 못한 것이었다.
이처럼 언론은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좋은 정부 정책에 대한 언론인들의 철저한 검증이 때로는 냉혹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송하성 경기대학교 교수(한국공공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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