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계에 투신(投身)한 지도 벌써 25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던 당시에는 공연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펼쳤던 곳이 몇 개의 주요 신문사나 방송사, 그리고 손에 꼽을 정도의 기획사 몇 곳이었다.
전국적으로 공연장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았고, 공연장의 사업영역은 대관에 치우쳐있었으며 공연기획이라는 업무영역 자체가 거의 없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도 지방의 상당수의 공공극장은 기획업무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최근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공연예술계의 제반 환경은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984개 공연시설 중 681개 시설(69.2%)의 개관과 공연기획사의 60% 이상의 설립이 2000년 이후에 이루어졌다. 그만큼 공연기획의 역사가 일천(日淺)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공연예술이라는 기호가 국민들의 삶에 자리하게 되기 시작한 때가 2000년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공연예술과 관련한 통계의 필요성도 이때쯤 대두되기 시작했다.
2001~2002년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되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흥행성공 이후 공연예술이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페라의>
100억 원대의 제작비와 7개월간의 장기 공연 등으로 화제를 모았고, 94%의 유료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또한 총 244회 공연에 약 24만 명의 관객이 들었으며, 최종 매출액 192억 원, 2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03년 장예모 감독 연출의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던 야외오페라 <투란도트> 에 제작감독으로 참여했던 필자의 기억에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의 성공은 <투란도트> 공연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며, 그 이전까지 영화에 몰렸던 문화예술관련 투자가 공연으로 이동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투란도트> 오페라의> 투란도트>
뮤지컬시장의 성장은 공연예술계에 본격적인 관객개발과 마케팅 기법 도입을 이루게 했으며, 이는 문화예술시장 전반에 파급되었다.
또한 문화예술의 산업화에 대한 인식과 문화예술경영의 필요성을 대두시켰으며 한국 대중들의 문화적 욕구 증대와 맞물려서 그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에 비하여 질적으로는 그 발전의 속도가 이에 따르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4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연시설 수는 총 984개, 공연장 수는 1천227개, 종사자 수는 1만1천738명, 매출액은 4천142억원 규모라고 한다.
공연예술계 환경의 변화를 최근 5년 전과 비교해 살펴보면, 매출액으로만 대비하더라도 2008년 2천303억원에서 2013년 4천142억원으로 5년 만에 무려 80%, 매년 12%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관객 수는 2008년 2천380만여 명에서 2013년 3천965만여 명으로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양적인 성장의 속도가 가파르다.
그러나 전국 문예회관 평균 재정자립도는 18.6%에 불과하며 공간가동률은 50%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들의 혈세 수백억원을 들여 건립한 시설들의 현주소이다.
공연장, 특히 공공공연장은 한국 공연예술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그만큼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공연장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공연장의 경영을 아무한테나(?) 맡긴다면 성장하고 성숙되어가는 문화예술 환경에 역행하는 퇴행적인 결과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공연장이나 문화예술단체의 운영 및 경영책임자는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그 자리들을 선거 승리의 전리품처럼 자치단체장의 보은인사나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활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앙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참으로 개탄할 일들이다. 수요자 중심, 즉 다시 말하면 시민들의 행복을 위한 판단이 아닌 정치인들의 그릇된 결정으로 인한 낭비들이 판치고 있다. 문화예술회관은 전국적으로 약 207개에 달한다. 이제 문화예술이 국민들의 삶 속에 깊이 자리하는 시대가 되었다.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그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고, 관객을 개발해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업의 연속성을 가지고 공연장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져야 할 것이다.
공연예술은 문화의 핵심으로 국민들이 행복한 대한민국, 문화가 융성하는 우리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극장에 전문성을 지니고 책임감 있는 예술경영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박평준 삼육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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