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우, 유망주 딱지 뗀 ‘축포’

kt 이적후 출장시간 늘리며 존재감 과시 친정 롯데 상대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
장 “경기력 좋아져…응원해주는 팬 감사”

2015년 5월2일. 당시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장성우(25)에게는 잊지 못할 저녁이었다.

대전 한화전이 끝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구단으로 부터 트레이드 통보 전화가 걸려왔다. 행선지는 신생구단 kt wiz였다. 상상조차 해보지 못 한 일이었다.

이날 kt와 롯데는 무려 9명이 이동하는 KBO리그 역대 가장 큰 규모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이 중심에는 장성우가 있었다. 당시 장성우는 “낯선 곳(수원)에서 지내야 한다는 게 걱정이다”라며 얼떨떨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장성우는 부산에서 태어나, 이 곳에서 학창 시절(감천초·경남중·경남고)을 보낸 ‘부산 사나이’다. 프로 생활도 부산을 연고로 둔 롯데에서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러브콜도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꿈꿔 온 롯데 유니폼과 견줄 바가 못됐다. 그는 200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2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장성우는 초·중·고교를 거치며 단 한 번도 주전에서 밀린 적이 없었다.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쓴 중2 이후부터는 포수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경남고 시절에는 각 구단 스카우트와 대학 감독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런 그에게도 프로의 벽은 높았다.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에게 밀려 줄곧 백업 포수로 뛰어야 했다. 어느덧 프로 8년차에 접어들었으나, 팀 내 위상은 변함이 없었다. 1루수로도 뛰어봤지만, 그에겐 낯선 옷이었다.

‘만년 유망주’에 머물던 장성우는 조범현 kt 감독을 만나면서 제2의 야구인생을 꽃피웠다. 출장시간이 늘면서 탁월한 볼 배합을 바탕으로 한 투수 리드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와 호흡을 맞춘 투수들은 호투할 때면 항상 “장성우의 리드가 좋았다”고 말한다.

타석에서는 이적 후 65경기에서 타율 0.295, 홈런 8개, 타점 44개를 기록했다. 지난 2일 롯데전에서는 6회말 무사 상황에서 프로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홈런포를 쏴 올렸다. 친정팀을 상대로 만년 2인자에 머물렀던 설움과 유망주 딱지를 떼는 시즌 10호 대포였다.

장성우는 “경기를 치를수록 경기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며 “항상 응원해주시는 kt 팬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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