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넘게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사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초기 매뉴얼 부재, 안이한 상황판단과 대응이 빚어낸 혼란과 공포, 사회ㆍ경제적 손실은 추정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번 사태를 상처와 아픔으로 기억하기보다는 반면교사로 삼아 감염병 방지를 위한 재도약의 기회로 착실히 미래를 준비할 때다.
지난달 28일 메르스 극복을 위해 따뜻한 연대의식을 보인 파주현장을 격려방문한 자리에서 도립의료원 파주병원 관계자로부터 구리카이저병원 입원환자를 격리치료하며 ‘환경미화원의 집단 업무거부로, 의료진이 직접 병실 청소와 치료를 병행’ 했던 힘겨웠던 당시 상황을 전해 들었다.
파주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시설을 정상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경기도의 열화상감시카메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메르스 대책 책임자로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10년 전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와 보건의료특위 위원장으로 활동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현재 범정부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본부 공동위원장이며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김우주 교수(고려대)와 함께 병원감염관리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힘을 합쳤던 시절을 생각하면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느끼게 된다.
그 당시 감염이 미래 보건의료의 주요 아젠다가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관련 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전국 감시체계, 감염관리 전문인력 확보, 국가적 병원감염 전담조직 신설 등 병원감염관리 개선방안을 추진했었다.
국회 정책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감염관리 분야는 “경제적 이익이 없다. 우리 현실에 배부른 소리다”며 정부나 의료계로부터 별 주목도, 대접도 못 받는 분위기였다. 오죽하면 토론회에서 김우주 교수가 “이런 관심과 대접에 감사드린다”는 인사말까지 했을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그 이후 병원감염 대응 시스템이 구축되고 제대로 관리됐다면 오늘의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기도가 메르스의 진원지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병원이 치료와 격리의 중심인 동시에 감염의 근원지’라는 문제를 인식하고 독자적인 대응시스템인 ‘민ㆍ관 의료협력네트워크’를 전국 최초로 구성해 치료와 진료를 분리한 것이 결정적인 동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와 함께 메르스 대응의 컨트롤타워인 ‘민관 합동 의료위원회’를 구성,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병원 간 협력을 이끈 시스템은 향후 감염병 대응체계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삼성병원이 뻥 뚫리고 150병상의 수원병원이 중점치료센터로서 큰 역할을 담당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의료의 공공성과 효율성은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공공의료는 국민건강을 최후까지 책임지는 파수꾼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또한 전문 의료인이 간병을 돕는 포괄간호서비스인 ‘보호자 없는 병원’ 확대를 통해 병원내 감염을 막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간병문화도 개선돼야 한다.
글로벌 시대, 신종 감염병은 언제든지 우리 앞에 올 수 있다. 위기관리 대응체계를 재정비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도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경기도형 감염병 종합대응체계’를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이제 제2의 메르스 사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
정부, 보건의료계, 국민 모두 서로 신뢰하며 당당히 대처해 나가자. 우리에게는 그럴 능력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저력이 있다.
그동안 메르스 극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운 보건의료 관계자, 하나 된 공동체 의식을 보여준 도민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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