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례대표 논란, 이것이 핵심이다

양당제냐, 다당제냐?

새정치연합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드디어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다. 그동안 당 내부의 기능주의적 접근에 치중했다면 5차 혁신안은 당 외부까지 눈을 돌려 정치제도와 선거제도 개편을 겨냥했다. 국회의원의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2대 1로 조정하고 이를 당론으로 못 박자는 것이다.

현행 의원수 300명(지역구 246, 비례대표 54)중 비례의석이 18%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진일보한 것임에 분명하다. 양당 독점구조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 혁신의 과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 설정 기능이 이상스럽게 또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례대표 확대가 핵심인데도 불구하고 의원수 증원 논란으로 프레임이 짜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혁신위가 비례대표 확대 방안의 하나로 지역구 의원수를 유지하면서 369석으로 늘리자고 제안한 게 빌미가 되고 있다. 나중에는 이종걸 원내대표까지 거들고 나서는 바람에 “새정치민주연합 더위 먹었냐?”는 야유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언론은 일제히 의원수 늘리자는 제목을 뽑아대고 여야 모두에서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들이고 주변 민심도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반대하겠다고 하는 등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듯하다.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선거제도 혁신안의 본질은 비례대표를 50%로 늘리자는 것이 골자이자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수 증원 논란으로 몰고 가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모처럼 주요 의제로 등장한 비례대표 확대라는 핵심 의제가 물탄 듯 흐지부지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없지 않다. 걱정스럽다. 국회의원과 공무원 수는 객관적 실제와 국민적 정서 간에 에베레스트 골짜기만큼 깊고 넓은 갭이 존재한다. OECD 기준 등으로 둘 다 단위인구 대비 부족하지만 국민들 십중팔구는 많다고 느끼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과도한 특권과 기득권을 누리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정서를 무시한 채 의원수 늘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대체로 의원들의 기득권 확대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의원수를 늘리되 세비를 절반으로 깎자고 하지만 입법권을 쥔 의원들이 은근슬쩍 원상복구할 거라고 보는 게 국민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보다 생산적인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의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작업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의원수가 아니라 비례대표제 확대 논쟁의 프레임을 짜야 한다. 비례대표를 왜 늘려야 하는지 묻고 답하는 공론이 일어야 한다. 꼭 의원정수를 늘려가면서까지 비례대표를 확대할 이유는 없다. 독일처럼 1대 1에는 못 미치더라도 현행 300명 중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는 것도 거대한 혁신방안이다.

비례대표제 확대는 권역과 직능의 대표성을 확대 보장하는 것은 물론 양당 독점구조에서 다당제로 가는 초석이다. 지금의 단순 다수제 중심의 선거제도는 양당의 기득권 연합 체제와 승자독식의 구조만 영속화시켜 결국은 정치가 사회발전의 지체를 초래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말 것이다.

반면, 비례대표제가 확대되면 여러 사회세력을 대변하는 다양한 정당들이 등장하여 민주적인 사회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또 지역 및 각계 층의 균등한 대표성을 확립할 수 있는 정치체제가 가능해진다.

양당제로 남을 것인가? 다당제로 갈 것인가? 비례대표제는 이에 대한 해답임에 틀림없다.

양근서 경기도의원(새정치민주연합•안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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