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연구원 마을교육공동체 연구에 참여하면서 교사, 학부모, 지역 주민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많았다. 많은 인터뷰 중에서 한 학부모의 대답이 잊히지 않는다.
“더 이상 많은 걸 학교에 맡기지 말아야 해요. 교사들의 업무가 과부하 상태라고 들었어요. 교사가 아이들 수업 준비보다 행정업무를 처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니,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학부모는 공교육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나타내고 있었다.
지난달 11일 교육부는 ‘교육 분야 안전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교대·사대 등 교원양성기관에 다니는 학생은 2회 이상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필자는 후배들의 임용고시 준비과정을 종종 듣는다. 최근 대폭 줄어든 임용고시 티오(TO)에 대한 불안에 더하여, 재학 중 안전교육 학습 가중은 교사가 되려는 수험생들에게 부담만 안겼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험생들에게 안전교육의 의도가 잘 전달될지 의문이다.
또 대책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시작되는 2018년부터 초등 1~2학년은 ‘안전생활’교과가, 초3~고3 학년에는 교과에 안전 단원이 신설되며, 전체 교원 43만 명을 대상으로 향후 3년 이내에 15시간의 안전연수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교사들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필자가 참여한 마을교육공동체 연구에서 교사의 교육정책 참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연구 보고서에 나오는 설문 분석을 보면 마을교육공동체 참여 의향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결과가 학부모 68.6%, 교원 57.5%로 나타났다.
학부모 보다 교원의 참여 의향이 11.1% 낮은 비율이다. 인터뷰를 통해 일부 교사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교육청의 탑 다운식 정책 운영에 대한 부담감, 늘어나는 행정업무와 운영에 대한 부담감, 부족한 시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육부의 ‘교육 분야 안전종합 대책’도 의도는 좋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그들이 거부감 없이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부모는 학교 안 교육을 불신하고, 학교 안 교사는 교육정책을 불신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부는 안전종합 대책을 고심했을 것이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로서 안전도 교육해야 한다는 것 역시 나올 법한 생각이다. 대책에 더하여 제안을 하자면, 대책의 출발점에서부터 교사에게만 부담을 주는 내용이 아닌 지자체, 지역 병원, 보건소, 지역 단체, 은퇴한 소방 공무원, 의사, 간호사 등의 협력 체제를 제시하는 건 어떨까.
응급처치, 심폐소생술은 교사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사회 교육이다. 전체 교원 43만 명에게만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교육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고민하는 교사는 자발적으로 안전 교육을 받을 것이다. 오히려 정책에서 교원에게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내용이 필요하다.
지나친 걱정이라면 현장에서 만난 일부 교사들이 늘어나는 업무에 체념하고 교육에 무관심과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과연 그런 그들에게만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위임할 수 있을까.
마을교육공동체 속 아이들의 보호자는 지역이다. 지역에 사는 주민, 학부모, 교사가 한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안전종합 대책에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한 지역 자원을 발굴하고 협력체제를 구축해 학교 교육에 참여시키는 내용을 넣는 건 어떨까.
전문성 있는 안전교육이 될 것이며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역을 활용하자. 교사에게만 많은 것을 요구한다면 공교육의 부실과 불신은 더 악화될 것이다. “더 이상 많은 걸 학교에 맡기지 말아야 한다.”
홍지오 한국외대 교육공동체연구센터 리서치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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