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공, 전환형 뽑아 체험형으로 취업준비생의 소중한 꿈 짓밟아 공단 “오해의 소지 있었다” 변명
지난해 11월24일, 하늘엔 먹구름이 드리우고 한두 방울씩 비마저 떨어지는 궂은 날씨였지만 직장으로 향하는 A씨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비록 5개월간의 청년인턴이라 할지라도 당당히 서류와 면접전형을 뚫고 공공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일할 소중한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청년인턴은 체험형 인턴과는 달리 인턴종료 후 평가에 따라 계약(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전환형’ 청년인턴이었다. 함께 입사한 17명의 동기와 함께 A씨는 성공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동기들은 모두 소진공 지역본부나 지역 소상공인지원센터로 배치됐다. A씨도 B지역본부 C소상공인지원센터로 발령받았다. 그가 맡은 일은 소상공인 상담 업무직 보조. 소진공의 지원정책에 대해 문의하는 소상공인들의 전화를 받고 상담하거나 센터를 찾는 민원인들을 안내하는 것이 A씨의 주요 업무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일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와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한 달에 130만원이라는 아르바이트 수준의 월급을 받았지만, A씨는 힘든 줄 몰랐다. 최악의 청년 실업난 속에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전화 저편에서 들려오는 욕설까지도 달콤한 충고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잠시뿐이었다. 청년인턴 계약 기간 만료 날짜가 가까이 다가왔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17명의 다른 동기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A씨는 인턴계약 기간을 2개월 연장했다.
A씨처럼 계약을 연장한 청년인턴은 모두 11명. 다른 동기들은 소진공을 떠났다. 계약 연장기간 동안 날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일했지만 결국 연장이 만료된 지난 6월23일까지 11명 중 누구 하나 계약직으로 전환된 청년인턴은 없었다.
인턴 평가도 일절 없었다. 소진공의 문을 나서는 순간 무기계약직 전환을 꿈꾸던 A씨의 바람은 산산조각났다. 부풀었던 꿈은 이내 좌절과 분노로 바뀌었다.
A씨는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공공기관에서 엄연히 공고를 통해 전환형 인턴임을 밝혀놓고서 결과적으로는 체험형 인턴으로 운영한 꼴이 됐다”면서 “취업준비생에게는 비록 무기계약직이라도 소중한 기회인데, 사회적 책임을 가진 공공기관이 청년의 꿈을 짓밟았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소진공은 당시 공고에 나온 ‘평가’라는 말이 추후 계약직 등을 채용할 시 서류전형 평가에서 우대한다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소진공 관계자는 “평가를 거친다는 말은 직무평가가 아니라 나중에 채용 시 가점을 주는 형태를 말한다”며 “문맥상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추후 공고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없는 표현을 사용하겠다”고 해명했다.
A씨를 채용할 당시 소진공의 청년인턴 모집공고를 보면, 근로조건에 ‘인턴종료 후 평가 등을 통한 계약(무기계약)직으로 전환 가능’이라고만 명시돼 있다.
이관주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