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가장 뜨겁게 회자되는 이슈는 ‘배신의 정치’이다. 굳이 새누리당의 유승민을 거론하지 않아도 당청간 갈등의 불씨가 ‘배신’이라는 단어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국민을 구제해 줄 구원투수로서 선택된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중반기를 경과하고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옛말 탓인지, 아니면 지혜롭고 훌륭하게 잘 모셔야 할 진정한 참모진이 없는 탓인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사문제와 사건사고들로 인해 하루가 편할 날 없는 우리의 여성대통령이 가엾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동안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조직문화가 뿌리 깊게 점철되어 온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사회의 리더로 또는 전문가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가히 짐작이나 하겠는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세계화 시대에서도, 이 땅의 여성들은 곳곳에 드리워진 깨지지 않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에 가로막혀, 사회의 관대함보다는 혹독한 비평과 폄하의 잣대에 재단되고 잘려나가서 여성 리더들의 숫자는 여전히 극소수이다. 거기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늘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선입견과 함께 도태되도록 만들어 버린다.
지금 우리 뇌리 속에는 세월호의 불상사와 배신의 정치라는 갈등만이 가장 큰 실책으로 떠올리지만, 그렇게 비평하고 폄하만 하기에는 그동안 그 어떤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업적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격려할 필요가 있다.
한미연합사 전작권 환수 무기한 연기, 수십 년 동안 해결 못한 한미핵연료재처리 협상타결, 종북 통진당 해산, 지난 정권들이 실패한 코레일 개혁과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강제징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개혁 시동, 누적되어 온 방산 및 포스코, 자원외교 비리척결 추진, 일방적 퍼주기식의 대북지원정책에 상호주의 원칙 대응, 고위정치인과 재벌 등 특권층 사면배제와 생계형 범죄사면, 지하경제 양성화로 인한 부정부패 척결 및 재정 확충, 빙상계를 비롯한 체육계 부조리와 파벌 등을 근절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러한 혁신적 통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뿌리 박혀 얼룩져 온 한국 사회의 어두운 뒤안길을, 과거의 정권들조차 손대지 못했던 악순환적 비리를 척결해 온 대통령에게 원치 않는 공적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세월호 사건이 결코 작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난 2주 동안 태풍을 몰고 온 ‘배신’의 정치 논리가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단정 짓는 것도 아니다. 세월호의 문제해결 능력도, 배신의 정치를 대응하는 권모술수 지혜조차도 측근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의 역할이 가장 크지 않음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적재·적소·적시에 목숨 걸고 사태수습에 매진해야 했던 핵심 책임자들은 무엇을 하였으며, 국회법에 대한 당청간 문제해결 방법을 “배신의 정치”라는 극단적 선택으로부터 대통령의 눈과 귀를 좀 더 사려 깊게 보좌하는 지혜로운 참모들은 없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훌륭한 리더는 훌륭한 참모가 만든다는 격언이 아니어도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회적 난제를 뒤로 한 채 정쟁의 회오리 속으로 대통령을 추락시킨 주변의 참모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참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혹여라도 달콤한 속삭임과 예스맨으로 눈 막고 귀 막아서 우리의 여성대통령을 고립무원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좌하는데 삿된 빈틈으로 채워지고 있지는 않은지 철저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국가와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요, 진정한 참모의 길이 될 것이다.
박미옥 동국대 객원교수∙한국행정학회 환경행정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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