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일의 건강산책] 진정한 휴가의 조건

메르스 사태 여파로 위축되었던 외부활동이 정상화 되고 있는 추세다. 한 여름이 다가오면서 심신을 재충전하기 위한 휴가 준비에 들떠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휴가는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쉬는 시간이다. 그런데 휴가철이 끝날 때쯤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사들이 있다. ‘휴가가 더 피곤...’, ‘휴가후유증 극복법’ 등의 기사가 그것이다. 늘 시간에 쫓기며 피곤한 삶을 산다는 우리 국민들. 휴가 기간마저도 편안하지 못했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인의 고단한 삶을 잘 설명해주는 통계가 있다.

‘201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이나 학습, 가사 등을 위해 사용하는 ‘의무시간’은 5년 전에 비해 20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5일제가 정착되고 가정의 날 등 일-가정 양립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는 결과로 보인다. 일에서 해방된 20분을 한국인들은 과연 어디에 썼을까? 자기계발이나 여가활동 등 재 충전의 기회로 활용되는 것이 건강한 생활변화 일 것이다.

그러나 조사결과는 달랐다.

5년 전에 비해 1분 줄어든 ‘여가시간’을 포함한 21분이 먹고 자는 데 필요한 ‘필수시간’으로 사용되었다. 생존을 위해 제대로 먹고 자며 살기에도 시간은 늘 부족(59.4%)하고 삶은 피곤(81.3%)하다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필자는 이번 여름휴가를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되돌아보는 진정한 휴가(休暇)로 계획해 보시기를 권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에는 퇴근 후나 휴가 기간에도 일에 스스로를 속박하는 것이 우리 직장 문화의 단면이다. 심리적으로 일과 휴가가 잘 분리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휴가가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한다.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는 휴가 기간만이라도 일에서 나를 완전히 분리시켜보자. 남들 보란 듯이 놀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조금 떨쳐내 보자. 또 과식과 과음으로 신체에 무리를 주는 행위는 자제하는 대신 금연을 실천할 기회로 삼는 것이 어떨까. 휴가의 ‘쉴 휴(休)’자가 나무에 사람이 기댄 형상이라는 것을 상기해 보기 바란다.

더불어 유의점을 전하고자 한다. 여름휴가를 떠나면 필연적으로 안전사고는 물론 식중독, 화상, 눈병과 같은 질병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최근에 홍콩에서 유행하는 독감은 예방 백신이 없어 국내로 유입될 경우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우리는 기본적인 안전수칙과 개인위생이 얼마나 큰 희생을 예방할 수 있는지 아픈 경험으로 배웠다. 이번 휴가에서는 이 점을 잊지 마시기를 당부 드린다.

장석일 건강문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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