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승객에 택시기사 속앓이

“불친절로 제기한다” 압박 안양, 택시 민원 매년 1천여건
운행시간 쪼개 내용 입증 귀책사유 없어도 교육 불이익

“취객이든, 진상 손님이든 무조건 고개를 숙이는 게 상책입니다”

지난달 택시 운송업에 종사 중인 L씨(58)는 안양 동안구 범계역 인근에서 20대 남성 손님을 태웠다. 술이 얼큰하게 취한 아들뻘되는 손님은 반말을 섞어가며 ‘요새 얼마를 버느냐?’,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했느냐?’ 등을 묻더니곧이어 담배까지 꺼내들며 흡연을 시도했다.

이에 L씨는 흡연을 제지하며 흡연 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을 설명했다.

그러자 갑자기 쌍욕과 함께 택시를 세우라는 고함에 차는 멈춰섰고 손님은 불친절로 민원을 제기한다며 L씨를 압박했다. L씨는 민원 제기 시 종종 불이익을 받았던 동료들을 떠올리며 새파란 젊은 손님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최근 3년간 안양 관내 택시 관련 민원은 지난 2013년 1천215건, 지난해 1천87건, 올해(5월 기준) 555건으로 집계되는 등 매년 1천건을 상회하고 있다. 이에 따른 처벌 건수는 지난 2013년 242건, 지난해 214건으로 매년 20%미만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이 민원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운행시간을 쪼개 시청을 방문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더욱이 운송업자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판명되더라도 관행상 시에서 진행중인 ‘상담교육’까지 이수해야 하는 불이익까지 받고 있다.

L씨는 “아무런 잘못이 없더라도 민원이 제기되면 이후 발생되는 여러 복잡한 절차 때문에 잘못이 있든 없든 손님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푸념했다.

시 관계자는 “시에 민원이 접수되면 의견진술은 서면으로도 가능하지만, 직접 방문이 의견 표명에 유리하기 때문에 많은 기사들이 시간을 쪼개 방문을 하고 있다”며 “상담교육의 경우 행정처분이 아닌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안양=한상근ㆍ양휘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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