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맞벌이 부부와 만난 적이 있다. 작년 연말 아내가 2년 전 골절 수술 후 핀제거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 예약일에 급한 일이 생겨 남편이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수술을 미룰까 하고 병원 측에 연락을 해보니 포괄간호병동에 입원하면 보호자가 없어도 입원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혼자 입원해 쾌적한 환경에서 3일간의 입원을 마치고 퇴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맞벌이 부부와 단독세대가 늘어 기존에 가족이 간병을 책임지는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노환과 질병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는 편찮으신 부모님께 매달려 생계를 던질 수도 없는 상태에서 병원비보다 더 큰 부담인 간병에 대한 부담으로 환자와 환자가족이 느끼는 심리적·경제적 부담은 사회문제로 까지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부터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고 환자가족이나 민간 간병인 대신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24시간 전문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포괄간호서비스(보호자 없는 병동)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포괄간호서비스는 보호자 없는 병동 운영으로 환자의 회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고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 경감은 물론 입원서비스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여 환자치료에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가족간병 문화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적되고 있다.
즉, 간병인과 환자 가족이 비좁은 병실에서 환자와 숙식을 함께하는 한국 특유의 환경에서는 크고 작은 감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8인실 병동은 환자 8인을 위한 공간이어야지 간병인까지 16인이 기거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속히 간호사가 간병 서비스까지 담당하는 ‘포괄간호제’가 도입돼야 하는 이유다. 포괄간호서비스는 병원의 간호 인력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충하고 병실 환경을 개선하여 보호자나 간병인이 환자곁에 머물지 않아도 환자를 간호 인력이 전적으로 돌보주기 때문에 보호자와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쾌적한 병실 환경과 조용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환자가 치료와 안정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고려대 연구팀이 발표한 2014년도 포괄간호서비스병원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체계적인 간호서비스 제공으로 일반 병동에 비해 환자의 욕창 발생률은 75%, 낙상사고는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간병인·보호자가 상주하는 병동의 ‘병원 내 감염’ 발생률은 ‘1일·1천명당 6.9명’으로, 간병인·보호자가 상주 못하는 병동(2.1명)보다 무려 3배나 높았다고 한다.
요로 감염(방광·요도·신장 등에 대한 감염) 발생률도 간병인·보호자 상주 병동이 1일·1천명당 6.8명으로 1.8명인 비(非)상주 병동을 4배 가까이 높았다고 한다. 그만큼 외부인인 간병인과 환자가 함께하는 현재의 상황이 굉장히 위험한 환경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울러 포괄간호서비스가 정착되면 기존에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는 경우 1일 7~8만원을 부담하던 간병비를 환자는 1일 8천770원~1만2천800원(6인실 기준)만 추가로 부담하면 돼 간병비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간병인이나 보호자 없이 환자가 입원생활이 가능하기에 보호자의 경제활동도 보장 됨은 물론이다.
지난 3월 현재 서울의료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등 27개 병원이 포괄간호서비스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비싼 간병인을 쓸 형편이 안 되는 좀 더 많은 환자와 환자가족들이 포괄간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방 중소병원의 자율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송낙영 경기도의원(새정치민주연합ㆍ남양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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