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텃밭 ‘셰어링’

아내는 도시농부다. 수원 일월호수 옆 5평 남짓한 텃밭에서 아내는 이른 봄부터 모종심고 수시로 물주고 솎았다.

노동과 땀의 소중함과 생명의 신비를, 텃밭에서 자란 채소들을 이웃과 나누며 정과 기쁨을, 직접 가꾼 채소를 바로 식탁에 올리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자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매일 달라지는 텃밭의 변화된 모습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스스로를 힐링한다고 했다.

아내의 텃밭 주변에는 2~3천평 부지에 200여개의 텃밭이 날로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지만, 도시텃밭이 주는 호강을 누리는 이는 아내를 포함해 소수에 불과하다. 텃밭 가꾸기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텃밭을 가꿀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이나 자동차 등을 함께 사용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셰어(share) 열풍을 ‘도시텃밭’으로 확대하면 어떨까? 텃밭을 경작하고 싶은데 땅이 없어서 포기하는 사람, 경작을 안 해서 노는 땅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 준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에 경기농림재단에서는 도시텃밭 나누기(텃밭 셰어링)를 준비했다. 이름하여 랜드셰어 매칭(Land Share Matching) 사업이다. 말하자면 도심에 유휴 부지를 가진 땅 주인(텃밭 소유주)이 재단이 마련한 카페(랜드셰어 매칭카페)에 텃밭제공 등록을 하면, 텃밭을 분양받기를 원하는 이를 상호 연결하여 텃밭분양을 도와주는 사업이다. 양측이 합의하여 텃밭분양이 이루어지면, 각자에게 텃밭상생지원금도 지급된다. 이러한 사업은 아마도 전국 최초가 될 것이다.

도시텃밭을 통한 도시농업은 이제 단순한 농사의 범위를 벗어나, 미래도시의 문화이자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농업을 통해 전통적 농업에 대한 인식변화를 유도하고, 도시와 농촌경제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농지부족 현상을 완화하고, 안전식품의 자급화와 식량안보를 달성할 수 있다.

또 도시농업을 통해 도심의 녹지 확대와 더불어, 생물종의 다양성을 증진함으로써, 생태계의 순환 회복과 건전한 생태계 형성, 환경개선과 지구온난화 완화 등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도시민들이 도시텃밭을 가꾸면서 생명양육을 체험하고, 직접 또는 공동체가 가꾼 농산물을 식탁에 올림으로써, 개인 심성의 황폐화를 완화하고, 공동체 형성 및 발전에도 기여하는 한편,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텃밭 셰어링을 통하여 도시생활에 찌들은 우리네 마음도 힐링되기를 기대한다.

이경균 경기농림진흥재단 부장ㆍ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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