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28일 현재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 32명, 확진자 182명, 누적적으로 추계한 격리자 1만5천여명, 치사율 17.5%.
이것이 한 달여 동안 메르스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할 뿐만 아니라 주변 아시아 국가들까지 들썩이게 한 대한민국의 ‘메르스 대응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코르스’로 이름을 바꾸자고 할 만큼 메르스를 겪은 여타 국가들의 치사율과 비교하면 한 자리가 아니라 여러 자리 숫자가 바뀐 치사율이다.
그만큼 1인의 한국인을 통해 외국에서 유행했던 낯선 이름의 감염병이지만, 한 달 새에 유치원생도, 어느 호젓한 농촌 할아버지도 다 알 정도로 메르스는 대한민국의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 제1요인으로 급부상했다.
메르스라는 바이러스는 중동지역의 사막 기후에서 창궐했지만, 공교롭게도 124년 만에 찾아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대가뭄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현재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직 6월인데도 한 여름을 다 겪은 것 같다.
세월이 빠른 것일까 하다가도 이쯤 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환경이 세상이 변하는 것보다 더욱 빨리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든다. 10여년 전의 계절 감각으로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면 소위 말해 굶어 죽기 딱 좋을 듯싶다.
기온은 이미 30도를 웃도는 여름인데, 아직 초봄에나 입을 법한 코트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사람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이번 메르스를 대응하는 정부나 의료계, 산업계를 비롯해 국민 각자의 모습은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 지구환경 변화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나태했었나를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럼 메르스를 통해 우리가 성장하거나 깨닫게 된 것은 무엇일까? 매번 천재지변인지 인재(人災)인지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국가 재난 상황 때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웠다고 하고 잊지 말자고 하지만, 참 빨리 배우고 빨리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는 여타 국내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사고보다도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민낯을 주변국에게 보이게 됐다. 일단 공중보건이나 새롭게 발생하는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인 질병관리체계의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10여년 전에 발생한 사스에 대비했던 것과 비교해봐도 이번 메르스 대응 체계나 방식은 낙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보여준 몇 명의 소수 자가격리자의 행태를 보면서 공중위생과 안전 문제는 시민의식이나 공중도덕, 시민의 의무이자 권리로서 접근하고 대처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한편 요즘 우리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배려’라고 한다. ‘배려’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남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고 자신의 언행을 그 다음에 결정해야 한다.
이것은 매우 적극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공존(共存)의 방식이다. 일본 사회에서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덕목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이다. 이것은 적극적인 차원은 아니지만, 적어도 남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소극적인 차원의 공존의 방식이다.
소극적 차원이든 적극적 차원이든 간에 현재 우리사회가 서로를 신뢰하고 공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선택이다.
메르스 때문에 서로가 만나기를 꺼려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어쩌면 내 자신도 메르스인지 아니면 감기인지 몸살인지 모르게 열이 오르고, 기침이 나와 상대가 불편해해도 개의하지 않고 행동하는 내 자신의 모습에서 일어나는 자체적인 두려움이 아닌가 한다. 아직 메르스를 통해 우리가 성장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송민경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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