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남양주시 와부읍 소재 복합 상가건물 2층 피부 관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상층부로 연기가 확산되면서 5층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의 어르신 등 입소자가 안전장소로 피난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소방관 또한 인명대피 유도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복합건축물의 특성상 노인요양시설 등 다양한 형태로 그 용도가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우리 사회에서 재난약자, 즉 거동이 불편한 자들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가? 현재 소방여건으로 고층건축물 내에 위치한 요양시설 등에서 화재사고가 발생 된다면 어떻게 인명을 무사히 피난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재난약자란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심신 장애로 인하여 재난 발생 시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말한다. 1997년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등편의법)’이 제정되면서 ‘이동약자’ 라는 용어를 쓰다가 사고 발생 시 움직임의 불편함으로 인해 자력으로 대피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로 ‘재난약자(재해약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다.
재난약자로 대표적으로 분류되는 고령인과 장애우의 인구분포를 2014년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총인구 대비 12.7%로 인구 8명 중 1명 꼴로 매년 증가 추세이고 장애 추정 인구수는 273만 명으로 5.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재난약자가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 특징은 일반인에 비해 화재 시 연기 발생 등 위험요소를 시각 또는 후각으로 감지한 후에 즉시 피난행동으로 옮기는 반응속도가 느리고 상황에 대한 경계심이나 두려움이 크며 이에 따라, 자력 피난이 불가한 이유로 인명사고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재난약자의 안전을 위한 건축물의 피난시설 관련 기준에는 계단ㆍ복도폭ㆍ양 방향 피난로 확보ㆍ방화 장애 용도제한 등에 관한 규정과, 소방 피난시설 중 구조대ㆍ완강기 등을 설치토록 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본인은 ‘장애인등편의법’에 2층 이상 층에는 ‘피난전용’ 엘리베이터 설치와 시각ㆍ청각 경보기 설치를 강화토록 반영하고, ‘장애인복지법’, ‘노인복지법’ 에서는 거실 내 피난안전 공간(대피공간)을 마련함과 동시에 와상환자가 있는 시설은 저층부에 설치토록 하는 등 재난약자에 대한 피난안전성을 고려한 안전규정을 신설함과 동시에 관련 매뉴얼 개발을 제안하는 바이다.
한편, 국민안전처에서는 작금의 현실을 직시해 지난달 1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재난약자인 장애인 자력대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바도 있다. 토론 내용의 주된 요점은 체계적인 교육훈련과 적극적인 홍보, 그리고 건축물 설계당시부터 안전을 고려한 피난시설 설치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었다.
남양주소방서에서도 동절기 대비 소방활동 부담이 적은 하절기에 근무방식을 일부 조정해 재난약자 시설물에 대한 소방안전교육과 훈련에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관련 업무에 매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재난약자가 생활하는 시설 내 자위소방대로 편성된 직원들이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피난시킬 수 있는 자체소방 능력 강화를 위한 교육과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다.
또한 자력으로 대피가 곤란한 재난약자를 위해 이들이 머무르는 각 층마다 대피공간을 마련토록 하는 한편, 창문 등 외부에서 ‘대피공간’임을 인식 할 수 있도록 표시를 하여 소방차량접근 및 구조 활동이 원활하도록 하는 방안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조치가 재난약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시설에서 화재로 인한 사고를 사전에 차단해 ‘화재 없는 남양주… 안전한 명품도시’ 슬로건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진선 남양주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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