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발길 뚝…‘메르스 병원’ 오명에 피해 눈덩이

명단공개 후 첫날 동탄성심병원은

▲ 8일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관련 병원 중 한 곳인 화성 동탄성심병원이 외래환자가 거의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병원은 현재 메르스 전파사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거의 찾지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시범기자

“하루 평균 2천여명이 찾아 오던 환자가 메르스 사태 이후 300~400명으로 줄어 매일 2억~3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끝난 후에 다시 정상적으로 병원이 운영될 지 큰 걱정입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거쳐간 병원 명단 공개 후 첫날인 8일 오전 11시 화성시 석우동의 동탄성심병원.

첫번째 메르스 사망자가 나온 이곳은 평소 고객이 가장 많은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적막감이 흐를 정도로 조용했다.

병원 1층 로비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4~5명의 환자만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 노인이었다. 상시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약 등을 받기 위해 메르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은 것이다. 용무를 마친 환자들은 병원을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이같이 환자가 없자 병원도 15개 병원 접수 창구 중 4개 창구만 운영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채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창구 직원들에게서 암울한 병원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손님이 없어 작동하지 않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3층 중환자실은 격리조치 후 관계자 외에는 접근을 차단,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또 중환자실 격리조치로 병원을 찾는 중증환자는 모두 주변 병원으로 돌려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는 담당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격리돼 진료 자체가 불가능했다.

동탄성심병원 관계자는 “보건당국에서 늦게 정보를 전달해 병원에서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아 메르스 첫 사망자가 나온 병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며 “지금까지 피해액이 약 20억원에 달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피해액이 더 커질 것으로 보여 막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변 상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점심시간임에도 거리에는 병원 인근에 있는 삼성반도체 직원을 제외한 일반 시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평소 병원 남측 입구에서 10대 이상 대기하고 있던 택시도 단 2대뿐이었다. 병원 고객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약국과 식당은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한 불고기 전문식당은 점심식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92명 좌석이 텅 비어있었다. 이 식당에는 30명을 전후한 단체손님이 매일 3~4건씩 있을만큼 북적거렸지만, 메르스 확산 이후 이전에 잡혔던 예약도 모두 취소됐다.

불고기 전문식당 L사장은 “메르스 사태가 하루 빨리 진정돼 정상적인 영업을 하길 바랄 뿐”이라며 “지금처럼 계속 손님이 없으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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