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부재·보건소 협업 부실 통제권 가졌지만 제 기능 못해 질병관리본부 지시이행만 급급
경기도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관련해 사회통합부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경기도방역대책본부를 구성·운영하고 있으나 대응 매뉴얼의 부재와 질병관리본부, 각 보건소와의 협업 부실 등으로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전국 메르스 감염환자 25명 가운데 21명(사망자 2명 포함)이 도내에서 감염되는 등 전염병 방역에 구멍이 뚫렸지만, 상황이 벌어지는 그때마다 질병관리본부 지시만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20일 메르스 첫번째 감염환자가 발생하면서 국가감염병 위기경보가 ‘주의’로 발령되자 사회통합부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도방역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도방역대책본부는 도 대변인이 대민홍보, 도 안전기획관이 후송지원 등을 맡고 있으며 도 보건복지국장이 통제관으로 사실상 도방역대책본부를 이끌고 있다.
모두 35명(구급대원 별도)으로 구성된 도방역대책본부는 환자 관리 및 모니터링과 격리병상 배정, 역학조사, 환자검사 및 진단, 격리병상 관리, 보건소 지원 핫라인 구축 등의 업무 분장까지 돼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도나 지역 보건소 등에 관련지침 등을 내리지 않는데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홀로 쥐고 있으면서 도방역대책본부나 보건소는 선제 대응은커녕, 지시 이행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직원 몇 명을 도에 상주시키고 있다.
도내 한 보건소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첫 감염환자가 발생했는데도 22일이 돼서야 내려온 지침이 ‘의심환자 발생 시 신고 철저’였다”면서 “질병관리본부가 모든 통제권을 쥐고 매뉴얼이나 관련 지침도 내리지 않으면서 메르스 관련 보건업무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었다”고 토로했다.
도의 한 관계자 역시 “도 차원에서는 선제대응을 할 능력도 없으며 법적으로 질병관리본부 통제를 받게 돼 있어 활동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도내 한 보건소는 지난달 20일 밤 메르스가 의심된다며 격리·검사를 요구한 여성을 집으로 돌려보냈고 이 여성은 6일 뒤에 감염이 확진됐다. 또 지난달 도내 한 감염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던 구급대원 2명이 지난 1일에서야 격리 조치되는 등 직원에 대한 방역조치 역시 뒷북만 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도 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도는 질병관리본부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역학조사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도는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메르스 사태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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