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중심을 잡고 산다는 것은…

중동지역에서만 유행한다고 해서 ‘중동 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가 한국에서 전염을 일으키기 시작해서 이제는 중국이나 홍콩에서도 메르스 확산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이와 유사한 전염병으로 아프리카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은 ‘에볼라’, 아시아와 유럽 지역에서의 ‘사스’나 각종 인플루엔자의 유행을 경험하면서 10년을 단위로 되돌려 생각해보면 새로 생기거나 변종을 일으킨 각종 병이나 질환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럴 때마다 정부의 안일함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이 쏟아지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의료 지식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만큼 이와 유사한 속도로 진화해가는 병이나 질환에 대해서 우리 인류는 여전히 무지하거나 또는 충분히 그 대응방안이나 처방을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복되는 상황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삶의 방식이 기술 발전에 따라 급변하는 관계로 각 세대별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상식이나 삶의 기본이 각기 다르다.

세대를 10년 단위로 볼 때 각자가 아는 대로, 상식에 따라 행동하고 말하지만 각 세대별로 이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바는 각기 다르다. 소위 ‘동상이몽’이 크게는 세대별로, 작게는 개인별로 일어나는 것이다.

한 가족이라도 각자의 유년시절이 다르고, 사춘기가 다르고, 취업이나 결혼, 가정을 일구는 방식이 너무나 달라서 각자의 이야기가 동화 속의 이야기와 유사하리만큼 다르고 멀게 느껴지는 시대이다.

따라서 각자의 마음이나 생각, 행동을 공감하기도 동의하기도 쉽지 않은 시대인 듯싶다. 삶의 중심을 자기 자신이 잡고 나아가려 하지만, 삶의 중심을 어디에 잡고 나가야 할 지 모르기에 힘든 것 같다.

‘삼포시대’, ‘사포시대’하다가 이제는 ‘칠포시대’까지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결정성과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것은 아닌가를 한번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앞으로 10년 후에 우리가 어떤 모습의 사회일까를 그려보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나의 미래를 준비하고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면서 살아가기는 힘들 수 있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서구 유럽사회의 산업화, 근대화를 지켜보면서 사람들의 혼란과 갈등에 대하여 뒤르케임이라는 사회학자는 ‘문화지체현상’이라고 정의했다.

문명과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하여 사람들의 문화나 정신의 발전 속도가 늦어져서 나타나는 혼란, 갈등이라는 것이다. 최첨단 IT시대, 유비쿼터스(Ubiquitous)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하고 또한 실제로 우리는 체감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한국사회가 이제는 ‘100세시대’라고 하기도 하고, 같은 사회이지만 ‘고령화사회’가 다가온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 두 표현의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개정 등은 이러한 앞으로 올 사회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한 단편이다. 개인으로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해왔던 것처럼 하면 되는가하는 질문은 저절로 나온다. 삶의 중심을 다잡고 살아야지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다시금 어디에 중심을 잡아야 하는가라는 계속된 질문을 가져보게 된다.

송민경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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