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에게 현충일은 설렘이다

우리나라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고귀한 정신을 기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위훈을 기리기 위해 현재 서울, 대전의 현충원과 영천, 이천, 임실, 산청의 호국원을 국립묘지로 관리·운영하고 있다. 괴산호국원이 완공되면 호국원은 총 5곳이 된다.

필자는 몸담고 있던 직장과 국립서울현충원 간에 협약을 맺도록 한 적이 있다. 이때부터 1사 1묘역 관리 차원에서 26번 묘역의 관리를 하고 있으며, 매년 2회 조화 꽂기 및 비석 닦기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호국원을 찾았다. 지역봉사활동을 위한 발대식 및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호국 보훈의 현장인 호국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봉사활동은 봉안담 닦기와 주변 정화활동이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곳에 영면하신 분들의 땀과 노력,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현충원이나 호국원을 찾는 발길을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건이 된다면 모든 국민이 그들의 가족이 되어 찾아갔으면 한다.

특히 아이들과는 꼭 한 번은 가보기를 권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1사 1묘역 관리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의 민족의식이 고취되고 애국심이 향상되어 기업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현충일을 단지 쉬는 날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 6·25든 월남전이든 직접 경험한 세대가 아니면 앞으로 현충일의 의미는 점점 바래갈 것이다. 그냥 쉬는 날 정도이거나 국기를 다는 정도의 수고를 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나 필자에게 현충일은 설렘이다. 6여 년 전부터 매년 현충일이 되면 가족과 같이 현충원을 찾기 때문이다. 당일이 되면 돗자리 들고 자연스럽게 집을 나선다. 도착하여는 첫 번째 하는 것이 아이들로 하여금 방명록에 글을 남기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줄을 서서 참배를 한다. 참배를 하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져 온다. 그리고는 돗자리를 깔고 준비한 음식을 가족들과 나눠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잠들어 계신 분들이 이런저런 사람소리와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분명 좋아할 거라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요즘 아이들은 머리가 먼저 성숙해진다. 사람의 됨됨이인 인성(人性)도 학원이나 캠프에서 속성으로 가르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마음이 먼저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역사교육을 교과서로만 할 것이 아니라 호국 보훈의 산 교육장을 방문하는 체험을 통해 몸소 경험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교육이라 생각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 생경한 호국보훈의 달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다가오게 만들려면 어른들의 역사의 현장을 함께 찾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때 아이들에게 느끼는 현충일은 예전과 다를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성숙해 갈 것이다.

임창덕 농협 이천시농정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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