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농업현실은 녹록지 않다. 곡물자급률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으며, 농촌의 고령화와 도시와 농촌의 소득불균형은 농촌의 활력을 잃게 만든다. 게다가 연이어 타결된 중국, 뉴질랜드와의 FTA로 농업인의 근심은 깊어만 간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는 이런 농업현실의 대안을 찾고자 독일, 오스트리아 등 EU 선진농업국가를 방문하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독일은 대표적인 산업선진국이지만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이유로 농업을 경시하는 정책을 펴온 적이 없다.
그럼 독일의 농가소득은 어느 정도일까? 독일의 농가소득은 평범한 도시노동자 수입과 비슷하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농가소득의 주요 원천이 농산물 수확에 의한 소득이 아니라 유럽연합, 정부, 주정부에서 지급하는 직불금이라는 것이다.
2010년 EU의 농가당 직불금 예산은 4천113유로로 농업소득 3천690유로보다 많고, 이웃한 일본도 52.5%(2011년)에 이른다.
하지만 2013년 우리나라의 농가당 농업소득(1천3만5천원) 대비 직불금(92만원) 비중은 9.2%에 그치고 있다. 독일의 농부들은 유럽연합과 정부의 농업지원 정책 아래에서 결코 가난하지도 않으며, 사회보장시스템의 보호 아래 노후에 대한 걱정 또한 없다.
독일은 연방정부에서 기본법만 갖추고 농업정책 수립시 주정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수평관계의 농업정책이 정착되어 있다.
그리하여 농촌지역개발 프로그램이나 농촌고령화 지원 프로그램 등 지역실정에 맞는 농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농업회의소가 이미 100년전에 도입되어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농민이 주인이 되어 정부와 함께 농정과제를 발굴개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들 국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수평적 참여가 가능하지만,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경작지나 축사를 운영할 수 없다.
농경지 1/3은 생물종 다양성과 자연보호 대책에 맞게 운영되어야 하며, 동물들이 움직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육장 면적이 확보되어야 한다. EU의 까다로운 환경ㆍ동물ㆍ노동ㆍ소비자 보호규정을 충족해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오스트리아 유기농 농가는 연간 총4회의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해야한다. 그리고 매월 1회 유기농 관련 검사를 받고 있으며, 관련 규정 위반시에는 바로 그 자리에서 허가가 취소되는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다. 또한, 가족 농업경영 후계자가 없으면 이웃농가 등에 우선권을 주는 알선 중재프로그램을 통해 후계농업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렇듯 농민들은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국민들에게 지속가능하게 제공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고, 국민들은 농업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되며 농업이 모든 산업의 기반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미 저변에 깔려 있다.
금번 연수를 통해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바로, 근본적인 농정의 패러다임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농민만의 고립된 농업에서 벗어나서 소비자인 국민들과 함께 농정의 주체로 함께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농업은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식량주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마땅히 대접받아야 한다.
세계 13위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적절한 예산배분을 통해 직불금을 확대하여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지탱하는 것, 농민들이 국민들에게 건강한 식품을 적정한 값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 농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자연스러운 농업경영방식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 그래야만 우리의 농업도 미래를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원욱희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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