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웃사촌 북카페’를 열며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의사의 훌륭한 인격과 헌신적인 애국정신이 모두 깊이 있는 독서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현대 사회는 급속한 정보통신의 발달로 느리고 깊게 파고드는 책의 의미가 조금 희석되고 그 자리를 즉효적인 각종 매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인터넷 게임이나 SNS 등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데 익숙해져서 내용이 긴 글이나 여러 번 읽어서 그 의미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고, 얕은 지식으로 세상을 대하다 보니 충동적, 즉흥적이고 기다림의 미학도 모르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유네스코가 매년 4월 23일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5개 대륙을 안배하여 ‘세계 책의 수도’로 지정함에 따라 우리 인천시가 세 번의 도전 끝에 세계에서 15번째로, 아시아에서 3번째로,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으며, 지난 4월 23일 그 영광스러운 개막식을 거행하여 내년 4월 22일까지 1년이라는 ‘세계 책의 수도’ 대장정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3번째로 큰 도시지만 문화적으로는 그 위상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인천시로서는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이다.

‘모두를 위한 책, 책으로 하나 되는 세상’ 이라는 비전 아래 모든 시민들이 어려움 없이 책을 읽을 수 있고 언제든지 지혜와 정보의 원천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천국제아동교육도서전, 인천시 통합전자도서관 구축, 1인 1책 쓰기 운동 등 각종 행사가 개최되지만 무엇보다도 행정의 최일선인 대민부서에서의 적극적인 역할이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의 성공적인 개최의 가장 큰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의 인식전환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순 없겠지만 이왕 기회가 왔으니 먼저 공공기관이 나서서 독서문화와 창작출판문화 활동의 기반을 만들고 시민들이 호응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면 문화도시 인천에 한발 앞서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상수도사업본부는 ‘세계 책의 수도’의 성공적인 개최 및 시민에게 성큼 다가가는 상수도 행정을 펼치기 위해 모든 지역수도사업소 민원대기공간을 직원들의 도서 기증 및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인테리어를 구성하여 평범했던 민원실을 좋은 책과 가까운 이웃과 따뜻한 차가 함께 하는 <이웃사촌 북카페> 로 재탄생시켜 시민들이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형성의 계기로 삼고 대기민원 및 지역주민들에게 차를 마시면서 책도 읽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무료 휴식공간을 제공하여 문화가 흐르는 따뜻한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수시로 좋은 책들을 보충하고 인테리어 환경 등도 보완하여 이웃사촌들이 언제나 관심 있는 책들들 만날 수 있는 편안하고 찾고 싶은 휴식공간으로 가꿔 나갈 계획이다.

“독서만큼 값이 싸면서도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한다. 또한,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다” 라는 말도 있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활발한 SNS 활동 등으로 넘치는 소통 속에 진정한 소통은 오히려 줄어드는 시대 속에서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독서의 재미를 느끼고 기꺼이 책에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밤새워 가며 그 작가와 책을 통하여 소통할 수 있다면, 나아가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고, 그 의미를 재해석해 가는 과정을 즐기고 교감할 수 있다면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많은 사회문제들도 훨씬 덜 발생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도록 하기 위해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독서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해 주고, 그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우리 기성세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직접 실천으로 모범을 보이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명국 인천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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