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름다운 이웃, 따복공동체의 다문화 엄마들

“안녕하세요? 저는 필리핀에서 온 세 아이의 엄마 ‘멜린다’ 라고 합니다. 옆 동네에 베트남 엄마가 있는데 5살 된 아들이 말을 못하고 ‘잉잉잉’만 하고 있어요” 한 결혼이주여성이 2012년 여름, 경기도에 보내온 편지의 내용이다.

이는 어쩌면 다문화가족들이 의사소통 부재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구원의 메시지인지 모른다. 경기도는 이를 계기로 다문화가족의 애로와 고통을 파악 해결책을 마련할 대안이 ‘다문화가족 서포터즈’인 것이다.

경기도는 우리나라에 입국한지 5년이 넘고 한국어가 중급수준인 결혼이민자 500명을 ‘다문화가족 서포터즈’로 위촉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을 찾아 돕고 있다.

다문화가족 서포터즈는 초기 입국 이주여성들이 한국생활의 적응에 힘들어하거나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일을 한다. 자녀교육, 장학금지원, 취업교육의 서비스를 연계하여 곤경에 처한 이주여성을 구해 주는 것이다.

결혼이주여성 A씨의 생명과 가정을 구한 이야기는 500인 서포터즈의 활동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등 모범적 표상이 되고 있다.

6년전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A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아들 2명을 두고 행복한 생활을 유지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3일간의 의식불명 후 회복되었지만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설상가상 경제난까지 겹쳤다. 이 사실을 알게된 ‘다문화가족 서포터즈’ 훼잉티김홍씨는 여러 기관과 단체에 도움을 요청 660만원을 지원받게 했다. A씨는 서포터즈의 도움으로 생명과 가정을 지켜 내었고, 서포터즈 훼잉티김홍씨와는 친구처럼 동생처럼 지내고 있다. 다문화가족 서포터즈가 약자의 아픔을 읽어 내고 따뜻하고 복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자면 평택에는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30명이 모여 만든 피나이 커뮤니티가 있다. 이 모임은 매월 한번씩 모여 안부를 묻고 정보교환을 하던 친목을 위한 단순한 자조모임이었으나 정착과정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봉사단을 구성하게 됐다.

이 봉사단은 올해 5월 9일부터 저소득층 아동 20명을 대상으로 주1회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아울러 월 1회 필리핀 요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도록 하였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이런 가정의 달에 세계인의 날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매년 5월 20일로 지정된 ‘세계인의 날’은 우리나라 국민과 재한 외국인이 더불어 잘 살아가자는 취지로 국가에서 지정한 기념일이다.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이하는 세계인의 날에 우리는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땅에 사는 다문화 엄마들 중에는 원주민들의 오만과 편견에 시달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를 극복하고 당당히 살아가고 있는 다문화 엄마도 있을 것이다. 특히 세상을 오롯이 뒤 흔들고 살아가는 경기도 다문화 엄마들은 오월의 빛깔과 향기를 더 밝게 더 깊게 만들고 있다.

박정란 경기도여성가족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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