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이 고루 들어있고 칼슘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인 아욱은 중국에서 오채(五菜)의 으뜸으로 여겼고 씨와 뿌리는 약재로도 사용하는 등 버릴 것이 없다.
이렇듯 유용한 채소인 아욱과 관련되는 고사성어로 ‘발규거직(拔葵去織)’이 있는데 ‘아욱을 뽑아내고 옷감을 내다 버린다’는 뜻으로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의 재상을 지낸 공의휴(公儀休)의 다음의 일화에서 비롯되었다.
공의휴는 나라에서 월급을 받는 관리는 백성과 이익을 다투는 것조차 엄하게 금지해야 한다며 솔선수범을 보였으니 자연히 모든 관리들의 품행이 깨끗해져 백성들의 칭송이 높았다. 어느 날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보니 텃밭에 아욱이 심어져 있는 모습을 본 공의휴가 아욱을 남김없이 뽑아 버렸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재상의 부인이 집에서 베틀에 앉아 베를 짜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공의휴가 부인을 나무라고는 베틀을 부숴버리며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국록을 받아먹는 관리의 집에서 스스로 아욱을 재배해서 먹고 베를 짜서 입을 옷을 해 입는다면 아욱을 생산하는 농민과 옷감을 짜는 부녀자들은 농사지은 아욱과 애써 지은 옷감을 어디에 팔아서 생계를 이어갈 것인가?”
평등정신으로 핀란드를 세계에서 가장 청렴하고 국가경쟁력이 높은 나라로 이끈 핀란드 제11대, 제12대 대통령(20002012) 타르야 할로넨은 대통령이라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머니나 이웃집 아주머니와 같은 소탈함과 검소함을 보인 지도자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2000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에는 집에서 쓰던 다리미를 가져와 자신이 직접 옷을 다려 입었으며, 머리 손질도 직접 자신이 해 당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공무원에게는 따뜻한 맥주와 찬 샌드위치가 적당하고 그 반대가 되면 위험하다.” 시원한 맥주와 샌드위치조차 뇌물로 여기는 핀란드의 속담으로 국가청렴도 1위, 국가경쟁력 1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1위, 환경지수 1위의 원동력인 청렴 노력의 산물이다.
공직자에게 명예박사를 주는 것을 뇌물로 여기는 나라, 노천시장에서도 신용카드를 받으며 투명하게 세금을 관리하는 나라, 핀란드는 정직과 청렴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2014년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한 우리나라 공공부문 청렴도 평가지수인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100점 만점에 55점을 받아 175개국 중 43위를 기록하였다. 국가청렴도가 높은 국가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적고 대부분의 많은 국민들이 골고루 부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최빈국이었던 1960년대에 아시아 2위의 부를 누렸던 필리핀이 부정부패로 인하여 몇 십 년 이후 아시아에 가정부를 공급하는 나라로 전락한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언컨대, 우리가 청렴해야 할 이유 한 가지는 국민들의 소득도 높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신종훈 시흥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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