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 아테네에서 차로 약 4시간 걸리는 라리사(Larissa)를 방문했다. 그리스 중부에 위치하고 있고 목화 생산으로 유명한 그 도시에서 올해는 한국 영화를 주제로 국제 영화제가 개최되어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주최측으로부터 참석을 요청하는 초청장을 접수하였을 때 한국을 잘 모르는 것으로 생각되는 지방의 소도시에서 한국 영화를 높이 평가하여 3편의 영화를 개막 첫 날 상영한다는 것은 상당한 놀라움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영화제 조직국장은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고교 교사였으며, 첫 번째 상영 영화로 선정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상영행사에서 150여명의 관중들에게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30년내에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보다도 세계적으로 더 관심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라리사시 국제영화제의 한국 영화 상영은 그리스의 한류 열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K-Pop과 K-Drama를 좋아하는 열성적인 젊은 한류팬들에 더하여 K-Movie를 중년 세대들에게 까지도 한국 문화가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은 국내에서 그리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올해 그리스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교민사회에서도 그동안 숙원 중의 하나였던 서울과 아테네간 7-8월중 관광 성수기에 직항 노선이 개설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서양 문명의 모태가 된 그리스 고대문명에 얽힌 신화와 유적지들은 관광객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것으로 보이며, 그리스의 아름다운 바다는 우리 국민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스내 한류 확산과 한국 관광객의 그리스 방문 증가는 양국간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우호관계를 더욱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스는 현재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그리스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 끝나게 될지 전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스는 2013년 11월 2차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채권국들이 제시한 재정긴축정책들을 시행하였으며, 이 결과 국민들은 실업률 급증, 임금 및 연금의 대폭 삭감 등으로 많은 경제적 고통을 겪었다. 국민들은 지난 2년간 경제적 고통을 감수한 후 더 이상 가혹한 긴축 조치의 수용을 거부하면서 금년초 실시된 선거에서 정부를 바꾸는 선택을 하였다.
신정부는 경제발전을 도모하면서도 국민들의 고통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경제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채권국들과 협의 중에 있다. 그러나 채권국들과 합의에 이를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리스 국민들은 현재의 고통이 야기된 원인을 반추하면서 자성하고 있다. 지난 시절 외국으로부터 차관을 도입하여 생산 기반 구축 등에 사용치 않고 소비적 용도로 사용한 것을 후회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경제 위기 상황을 초래한 구 정치인들의 무능력과 부패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존속하기 위해서는 채권국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추가적인 공공부문 고용 감축, 임금 및 연금 삭감 등의 고통을 받아들일 수밖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보여 안타까운 심정이다. 청년들의 실업률이 50%를 상회하고 있는바, 어른 세대들의 잘못으로 후세대가 그 고통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스는 625 참전국으로서 우리가 어려울 때 도와준 혈맹 우방국이다. 그리스 정부는 경제 위기 회복을 위해 관광객 수입 증가가 매우 긴요하다고 생각하여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금년도에 기대되고 있는 우리 관광객의 증가가 그리스 정부와 국민들의 경제 위기 극복 노력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길수 주그리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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