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은 두 얼굴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힘 있는 자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약한 자에게 매우 엄격하다. 이 같은 양면성 때문에 거래 당사자들이 손실을 보고 있으며 그 폐해는 심각하다.
용인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지난 2006년 7월 은행에 아파트 담보제공 및 소액임대차보증금에 대한 서울보증보험으로 3억6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원리금 연체로 은행에 이의 경매를 신청한 뒤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 매매대금으로 연체이자 포함 대출 전액을 상환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김씨는 매매계약하기 위해 은행에 연락했지만 채권 매각으로 채무변제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채권을 매입한 유동화전문회사는 경매로 채권을 회수하고, 부족 채권을 서울보증보험에 청구하면 은행의 미수이자와 경매신청비용, 채권매입 후 이자 등 전액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갑의 태도로 일관하는 유동화 전문회사 때문에 김씨는 금융당국에 부동산경매 구제요청 민원을 제기했지만 처리할 권한이 없다는 회신을 받아야 했다.
은행은 8년 이상 정상거래를 한 김씨에게 프리워크아웃 등 채무조정을 통한 재기의 기회를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경매까지 신청한 채권을 양도해 버림으로써 기회를 박탈했다.
채권 매입사는 채무자의 책임 자산에 대해 매입 후 고율의 이자에 더해 은행 미수이자까지 챙기고, 대위변제한 서울보증보험은 구상권을 행사하고, 미회수 채권은 상각하지 않고 채권추심회사에 양도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는 평생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반면 성완종 씨가 회장으로 있던 경남기업은 지난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나 워크아웃을 하였음에도 국회의원으로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던 2013년 10월 세 번째 워크아웃 진행 당시 대주주 지분 주식 무상감자 없이 회생 후 주식 우선매수청구권까지 주면서 자금지원을 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 이후 6천300억원을 지원했다. 금융권이 빌려준 돈은 모두 1조3천억원이다.
워크아웃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경제와 금융의 안전성, 회생가능성, 자구노력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으로 채권단은 통상적으로 기업의 경영진, 주주, 종업원의 손실 부담을 전제로 채권 상환 유예를 통한 부도 유예, 출자 전환, 신규 자금 지원을 한다.
이미 두 차례나 워크아웃으로 지원을 받은 경남기업이 세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에는 채권단이 더욱 엄격하게 심사하고 기업의 고강도 자구노력을 요구했어야 함에도 특혜까지 주면서 지원을 한 셈이다.
금융당국이 로비창구로 변질되고, 채권단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은행과 금융당국 ‘권한이 없다’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기보다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모두 피해를 보는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금융당국은 부당한 간섭이나 외압을 막아야 하고, 은행은 고객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모든 고객들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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