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거 패배와 야당의 미래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심판대 같았던 4.29 재보선이 야당의 완패로 끝났다. 여당에게 독약 같은 악재일 수 있었던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여전히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1주일여나 흘렀지만 선거 결과에 대한 여야의 여진은 여전하다. 잃어버린 듯한 승리를 얻게 된 여당은 표정관리가 안 될 정도로 축제 분위기에 빠졌고, 이겨야 할 선거를 진 야당은 충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야당 완패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야권분열에 있다. 야권분열이 여권의 부패를 누르지 못했다. 그 어느 지역구보다 뜨거운 감자였던 관악 을의 선거 결과가 그걸 분명하게 보여준다. 여권 후보가 두 주요 야권 후보(정태호, 정동영)의 득표를 합산한 것보다 낮은 표를 받고도 당선됐다.

관악 을 지역구가 27년 간 여당의 불모지였던 걸 생각하면,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뼈아픈 결과일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을에서도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패했다. 완패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분열은 어디에서 온 걸까?

문재인 대표는 당대표로 나서면서부터 당의 대통합을 역설했다. 하지만 4ㆍ29 재보선 후보 공천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여준 건 정치력 부재와 미숙, 오만과 아집의 모습이었다.

야권 통합도 만들어내지 못했고, 더 나아가 야권연대는 없다고 공언까지 했다. 선거 전, 천정배 후보나 정동영 후보가 탈당을 검토하는 고민의 메시지를 당에 전한 바 있었다. 오랜 기간 당을 키워오며 중진으로 있었던 천정배와 정동영의 인지도, 지역구 민심 등을 고려했을 때, 삼고초려 그 이상의 정치력을 발휘해서 탈당을 막았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 체제의 새정연은 그들의 탈당을 막기는커녕, 갑의 위치에서 자기 사람 감싸기에 바빴다. 결국 ‘선거는 구도다’라는 기본 원리조차 무시해버린 무모한 전략으로 선거에 나섰다. 새정연은 승리할 수 있는 후보도 잃고, 텃밭이었던 호남 민심까지 잃으면서 완패의 결과를 얻은 것이다.

그간의 꾸준한 노력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호남당의 한계에서 탈피하여 전국 정당화를 추구해왔고, 이제는 어느 정도 그 점을 인정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국구는 물론 호남 민심마저 잃은 시점에서, 당의 뿌리를 무시하려 했던 어리석음은 없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나무가 푸르게 가지를 만들고 자라기 위해서는, 튼튼한 뿌리가 필요하다. 가지의 튼튼함만 믿고 뿌리를 뽑아버리면 나무는 죽게 되어있다. 당을 끌어나가는 데에 있어서 어느 점이 잘못되었는지 고민하지 않으면, 한 번 등을 돌린 지지층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평생 민주당원으로 살아왔다. 수원시의회 의장이라는 분에 넘치는 직함까지 맡았었다. 이제 한발 물러서 수원 정치 전체가 잘 되기를 바라는 시민의 자리에 앉아 있다. 여야를 떠나 나라와 지역이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치의 무게중심이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정치 구조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피해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지금 급한 건 질식 직전의 야당이 정신을 차리는 것이다.

강장봉 전 수원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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