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 스펙 대안인가… 또다른 스펙 쌓기인가…
스펙이 아닌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채용 문화를 바꾸겠다며 정부가 추진중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채용 방식이 제2의 ‘스펙’으로 변질될 우려를 낳고 있다.
27일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 따르면 NCS는 기존의 영어성적, 자격증 등의 스펙이 아닌 산업현장에서 직무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지식ㆍ기술ㆍ소양 등을 산업부문별로 체계화해 필요한 능력을 국가에서 표준화한 것으로, 현재 24개 산업의 857개 직종의 표준이 개발됐다.
정부는 이를 활용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직무역량 중심의 스펙초월 채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시범적으로 대한지적공사 등 30개 공공기관에서 NCS를 기반으로 한 직무역량평가를 도입했고, 올해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건강보험공단 등 130개 공공기관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1년 만에 학원가에서 NCS에 대한 설명회 및 수강신청을 받는 등 구직자들에게는 또 다른 스펙으로 변하고 있다. E공무원 학원과 P어학원 등에서는 올 초 NCS 관련 자체 설명회를 진행했고, 일부 학원에서는 13~20만원 선에서 NCS 강좌까지 운영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이모씨(27)는 “NCS가 알려진 게 많이 없음에도 공사와 공단에서 대대적으로 도입하니깐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인터넷으로 자료 등을 찾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어 학원 쪽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구직자 3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NCS가 채용구조의 문제점을 완화해줄 것이라는 응답은 24.6%에 불과했다.
특히 ‘한때의 유행일 뿐 결국 스펙 위주로 채용할 것 같다’(48.9%), ‘직무역량에 따른 채용방식이 기존 스펙 방식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34.7%) 등의 이유를 들어 NCS 도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NCS는 관련 직무에서의 능력을 평가하는 만큼 ‘올스펙’으로 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직무 자체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고 어학 등 다른 곳에 투자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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