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생님의 칭찬

지금부터 40년도 더 지난 중학생 때의 일이다. 나는 시골에 있는 국민 학교를 졸업하고 그 곳의 작은 중학교에 입학하였다. 당시 농촌의 실정은 대부분 절대 빈곤 상태에 있어서 많은 아이들이 국민 학교만 졸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골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간다는 건 대단한 특혜였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내게 책을 읽으라고 하셨다. 교과서를 읽고 나자 선생님은 “낭독을 아주 잘했다”고 하시면서 장차 방송국 아나운서가 될 소질이 있다고 아이들 앞에서 칭찬을 해주셨다.

이날 선생님의 칭찬은 나의 작은 가슴을 뛰게 하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까지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어린 나에게 막연하지만 아나운서의 꿈을 갖도록 하였다.

고등학교 생활은 고향을 떠나 먼 도회지까지 나가 자취생활을 하면서 보냈다. 대학 진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도의 길을 가고자 사범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는 선생님의 칭찬은 ‘해야 할 숙제’ 같은 것으로 늘 머리에 남아 있었다.

어느 날 대학에서 방송국 아나운서 모집 광고를 보게 되었는데, 예전 선생님의 칭찬이 떠올라 용기를 내어 방송국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하였다. 다행히 아나운서로 선발되어 대학 방송국 아나운서와 기자를 하면서 대학 생활을 하였다.

뉴스 아나운서와 앵커를 하였고,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으며, 대학 축제 등 여러 행사에서 사회를 보았다. 어느 땐 스포츠 중계방송 캐스터를 하기도 하였다. 이런 전력으로 군대 시절엔 연대 전투단 훈련 시 전투력 강화 정훈 방송을 하였다.

주변에서 종종 ‘말을 잘 한다’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보고서나 연설문 낭독, 시 낭송을 즉석에서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은 대학 시절 방송국 아나운서, 기자 생활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무엇보다 중학교 시절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작은 장점이라도 찾아내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학생의 잠재적 소질과 능력을 발견해 ‘칭찬’이라는 이름으로 발전시킨다면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꿈을 이루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꿈과 비전을 주는 감동이 있는 수업을 통해 선생님은 수업 과정에서 학생이 갖고 있는 소질과 잠재 능력을 발견해 발전시켜 주어야 한다.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을 ‘칭찬’과 ‘격려’ 라는 이름으로 일깨워주면 학생에게는 잊을 수 없는 스승으로 남을 것이다.

교육은 만남이다. 선생님과 제자 사이에 사랑과 신뢰로 이어지는 진한 만남이 있어야 한다. 오늘 같은 지식 정보화 사회야말로 이런 만남이 더욱 필요하다. 진한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감동을 주고 꿈을 이루게 해준다.

김유성 청덕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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