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안전처가 성공하려면 현장에서 길을 묻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대한민국 전체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간 이 엄청난 재난 앞에서 우리의 시계는 거대한 블랙홀 속에 멈춰버렸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가족 보상과 침몰한 배를 인양하는 문제 등은 못다 푼 숙제처럼 우리 사회에 큰 상처와 아픔으로 남아있다.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될 것이 분명한 이 사고로 우리는 엄청난 진통을 겪었다. 그해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국가재난 컨트롤타워 부서 신설을 발표했고 그에 따라 11월 19일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 안전행정부 안전실이 통합된 국민안전처가 탄생했다.

종합적이고 신속한 재난안전 대응 및 수습체계를 마련하고자 총리실 소속으로 발족된 국민안전처는 육상과 해상 재난을 통합관리하기 위해 기존의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했고 국가차원의 강력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구축했다.

안전행정부의 안전관리 기능과 소방방재청의 방재기능을 안전정책실과 재난관리실로 개편했으며 특수재난실을 신설해 항공과 에너지, 화학, 가스, 통신 인프라 등 분야별 특수재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안전 분야 종합세트를 완성했다.

이 국민안전처의 슬로건은 바로 ‘재난이 없는 나라 안전한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크고 작은 재난들이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루 평균 화재는 120여 건, 구조는 2천여 건, 구급은 4천 건이다. 일년 통계가 아닌 하루 평균 소방관이 출동하는 수치다.

앞으로 재난은 더 자주, 더 크게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이에 따라 예측 가능한 재난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재난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재난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답은 바로 ‘현장’에 있다.

이는 필자가 소방방재청장 재임 시절 늘 입에 달고 다녔던 말이고, 모든 정책에 있어 키워드였다.

정책이 성공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그 정책안에 ‘살아있는 현장’이 얼마나 반영돼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에 따라 결과는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페이퍼워크(Paper work)’ 더 이상 국민안전처에서는 이 용어가 통하지 않아야 한다.

이에 국민안전처 장관을 비롯한 모든 국민안전처 직원들에게는 의무적으로 현장 근무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장관의 각종 정책설명, 간담회, 브리핑 등은 반드시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장관의 집무실은 원인과 해결책이 공존하고 있는 현장 속으로 옮겨져 가야 한다.

국민안전처 직원들도 현장에서 먼저 정보를 수집하고 문제점을 확인한 후 사무실에서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 따로 현실 따로’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국민안전처가 될 수 있다.

이제 며칠 후면 세월호 사고 1주년이 된다.

국민안전처의 모든 직원들은 다시 한 번 현장에서 길을 묻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의 파수꾼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기환 국민안전처 정책자문위원•前 소방방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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