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16’ 벚꽃마저 처연함을 품었으니

팔달산 자락을 끼고 들어선 경기도청의 봄은 벚꽃축제를 전후로 그 찬연함을 드러낸다. 그런데, 2015년 벚꽃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인한 단원고의 아픔을 품고 있어서인지 ‘애달프고 구슬픈’ 처연함으로 느껴지는 것은 단지 나의 주관적 감상일까?

벌써 1년이 갔다. 325명의 학생들과 13명의 교사, 총책임자인 교감선생님까지 모두 339명이 제주도행 수학여행에 나섰다가 250명의 학생들과 11명 선생님이 배에서 나오지 못한 비보가 전해지고 자살로 모든 책임을 떠안고 가신 강 교감선생님의 소식이 전해진 것이.

그 아픔이 아직 안산 단원고 2학년 10개 교실로 남아있고, 우리 유가족들의 정상화되지 못한 일상 가운데 남아 있고,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깊은 대못을 박아 놓고 빠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를 들었을 때는 의회 타 위원회 소속 의원이었다. 그 후 9대의회 들어 교육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세월호 사고와 단원고의 아픔은 더욱 나의 것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 교육위원회 공식적인 첫 행보가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방문이었고, 안산 단원고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을 모든 의정활동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경기도교육청에서도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안전지원국을 만들었다. 또 교육예산 배분의 최우선 기준이 학생 안전보장이 되었고 이를 위해 학교안전, 학생안전을 우선 챙기고 노후학교 문제도 해결하는데 정책적 관심이 모아졌다.

또한 교육청에서는 ‘416단원장학재단’을 만들어 2015년 4월 14일 출범식을 통해 재단을 발족시켰다. 그러나, 재단 출범을 보는 마음은 내내 무거웠다. 그 아름답고 빛나는 청춘을 바다에 묻어버린 250명의 우리 아이들과 그 길을 같이 가주신 우리 11명의 선생님들의 이름을 기리어 장학회를 만드는 것이 의미있는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동시에 슬프고 처연함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늘의 별이 되었을 우리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자신들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장학회를 통해 길이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을 알기에 그 슬픔을 조금 뒤로하고 이 장학재단 출범이 안전한 학교를 만들고 성숙된 우리 사회를 가져오리라는 희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세월호로 인한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의 엄청난 희생은 우리 사회 시스템과 교육체제 전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였고 우리 양심과 도덕에 도전장을 던졌다.

물질만능주의에 입각한 무책임한 의사결정, 경쟁 지향적 삶의 자세와 결과를 중시하는 교육체제와 사회풍조에 대한 비판, 책임감 없는 리더로 인한 위기해결능력의 부재로 인한 재앙의 결과들, 이 사고를 바라보는 분열된 시각들, 무엇보다도 남겨진 유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을 해소할 길 없는 어려움! 이 도전을 어떻게 풀어내는가는 남은 자들의 몫이다.

경기교육에서는 단원고의 한 학년이 없어지는 너무도 큰 희생과 고통이었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정책적 차원의 생산적인 노력 또한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416단원장학재단을 만든 것도 그 정책의 일환이라면, 보다 더 구체적인 대안은 학교현장을 통해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세월호 사고 이후 경기교육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수학여행과 수련활동이 멈추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의 체험을 통한 배움, 단체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최대한 안전장치를 하고 학생들의 수련활동과 체험활동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거시적 안목에서 경기교육이 가야 할 길이다.

아픔을 아픔으로만 끝내지 않고 배움의 기회를 삼아야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다.

김주성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새정치•수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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