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고을 수령이 된 제자 자하로부터 고을을 다스리는 방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 답했다고 한다. 서두르다 보면 일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르친다 함으로, 과욕에 의한 졸속과 단견의 폐해를 경계하는 말이다.
요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어린이집 CCTV 의무화’와 관련하여 경기도가 보여주고 있는 해결 의지와 빠른 예산 투입 등의 실행력은 박수 받아 마땅하지만, 자칫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효과만을 추구해 긴 안목으로 안정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든다.
예산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각 어린이집에 맡기는 방식은 가장 쉽고 빠른 방법처럼 보이지만 여러 문제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혹은 잘 몰라서 수준미달의 장비를 구비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영상의 위변조나 유실 그리고 해킹을 막기 위한 관리대책은 과연 준비가 되어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CCTV 영상을 개별어린이집 단위에서 관리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개인정보와 관련한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교사와 영유아들의 생활이 장비에 남아있다가 해킹 등으로 유출될 수 있다.
특히, 유명인의 아이들은 쉽게 표적이 되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어 고통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구글 등에는 유년 시절의 사진이 검색되지 않도록 요청하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고 영국에서는 모 영상 업체의 서버가 해킹 당했는데 이때 유출된 유아들의 모습이 음란사이트의 배경화면으로 사용돼 정부가 폐쇄명령을 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모두 영상의 보안ㆍ관리 소홀로 일어나는 일들로 볼 수 있다. CCTV는 영상저장장치라 일컫는 ‘DVR/NVR(Digital/Network Video Recorder)’을 어린이집 내부에 같이 설치하게 되는데 추가로 ‘영상위변조 방지 기능’을 넣지 않으면 언제든 영상의 위변조와 삭제로 인한 인멸 등이 가능하며 해킹 등의 위협에도 취약하다.
이는 이미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복지시설 CCTV들이 위조, 삭제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상기 이슈들은 ‘영상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한다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우리 나라는 이미 통신사들을 비롯한 IT업체들이 사실상 해킹 및 위변조가 불가능한 클라우드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집에는 CCTV만 설치하고 영상은 클라우드 서버로 통합 저장하며 학대 정황이 의심될 때 유관 기관과 해당 학부모만 열람이 가능하도록 제도화 한다면 효율적이고 강력한 영상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저장장치증설과위변조방지탑재 등의 추가 비용을 절감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영상의 중앙통제가 가능해지면 그간 CCTV 설치를 꺼려왔던 과반수의 사설 가정형어린이집에도 운영시간에만 작동하고 운영외 시간에는 작동을 중지하게 하여 공적인 일터와 사적인 가정의 분리가 가능해진다.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 역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관련 법과 제도가 마련되면 언제든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고 이때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은 녹화나 캡처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적용하면 될 것이다. 통합 관리되는 전체 영상을 하나의 빅데이터처럼 분석하여 사고 예방이나 복지향상에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도 좋지만 바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급하다고 관리 체계와 미래 비전을 구축하지 못하고 일을 진행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과 같이 지금보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함을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권미나 경기도의원(새누리∙용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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