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전인 농경시대에는 가족이 아닌 지역의 공동체를 기반으로 생산과 소비, 생활과 문화를 하나로 묶어 주었다. 그 시대 시장의 역할은 남은 물품의 교환 등을 위한 보조기능이었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면서 생산력은 늘고 원거리 무역이 발달하면서 시장은 점점 부를 축적하기 위한 경제의 중심으로 발전했다.
개인은 거대한 자본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약자들은 공동으로 대응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드디어 1844년 영국의 로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이 성공하자 유럽전역에 전파되어 지드는 프랑스에, 후버는 독일에, 마찌니는 이탈리아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130년 뒤, 이전까지 협동조합은 사회경제적 약자인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였지만 거꾸로 사회경제적 약자의 문제를 해결하여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새로운 협동조합이 탄생하였다. 바로 세계 최초의 사회적 협동조합인 ‘카디아이’이다. 2009년 2월, EU의회가 89%의 찬성으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결의’를 채택하였다.
그 배경은 1980년대 이래 유럽의 경제침체로 인한 국가복지가 한계를 드러내어 위기상황을 극복할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모델이 절실했다.
1970년대 유럽에서 시민 자발적으로 시작된 사회적경제는 주로 교육, 보육, 의료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생겨난 새로운 사회조직으로 EU에서 새로운 복지의 대안으로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 결의의 핵심은 “사회적 경제는 산업민주주의와 경제민주주의를 강화하는데 상징적인 의미에서, 그리고 실제 성과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병서비스, 노인돌봄서비스, 장애인일자리창출사업 등은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다. 이런 경우도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수익이 아니라 적절한 서비스의 제공을 목표로 운영하는 것이 훨씬 낫다.
수요자가 돈이 부족하거나 공급자가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이런 서비스가 아예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경제보다 사회적경제가 더 유리한 이유이다.
즉 사회적경제는 시장의 근본적인 한계를 보완한다.
공공부문의 사회서비스의 최종 전달은 결국 지역공동체에서 일어난다. 중앙정부가 큰 틀을 세운다 해도 실제 지역현황에 맞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그것이 효율적으로 주민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전달에서의 말단 조직이 중요하다.
이러한 말단 조직을 사회적경제가 보완해 줄 수 있다. 지난 금융위기에 스페인의 몬드라곤 예처럼 협동조합은 고용의 안정에도 크게 기여한다. 영리기업에게 지역사회는 영리추구의 대상일 뿐이지만, 사람들의 모임인 협동조합에게 지역사회는 조합원이 살아가는 생활과 활동의 공간이다.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한 협동조합은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기여하게 되고 설사 조합자체의 사업이 아니더라도 사회에 다양한 공헌활동을 하게 된다.
이런 시각으로 둘러보면 지역공동체의 모든 사회적 수요는 곧 사회적경제의 사업 대상이다. 돈을 벌 목적이 아니라면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김양희 경기도여성비전센터 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