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은 ‘우리’ 문제… 함께 해결하는 지혜 필요”

한영애 하남YWCA부설 성폭력상담소 소장

“성폭력은 불운한 개인이 겪는 예외적인 사건이라거나 나와 관계없는 다른 사람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하남지역 택시기사를 상대로 수년 째 성폭력 등 폭력 예방과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불철주야 발로 뛰는 ‘안전 파수꾼’이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영애 하남YWCA부설 성폭력상담소 소장(52).

한 소장은 지난 2009년부터 해마다 성폭력 등 폭력 예방 및 지역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관내 신장택시 소속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전국 방방곡곡 폭력예방 파수꾼 교육’을 해 오고 있다.

한 소장이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은 그들이 폭력 위기 상황에 처한 지역주민을 발견할 때 방관하지 않고 적극 개입해 지원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시민을 위한 안전 파수꾼(달리는 안전 지킴이)’의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다.

또, 택시기사 등 운송업계 종사자는 ‘가장 일찍부터 가장 늦게까지’ 일반시민과 생활 현장에서 직접 만나고 있어 이들을 ‘지역의 안전 파수꾼’으로 활동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한 소장의 성교육 및 성폭력예방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오는 6월 말까지 지역 내 150개 보육시설 어린이와 초등·유치원생, 특수학교 장애아동 등을 대상으로 아동 성폭력 예방 인형극 ‘성폭력이 뭐야?’를 순회 공연을 하고 있다.

또 이달부터 관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회봉사명령 및 성교육 수강 명령을 받은 성폭력 가해 아동ㆍ청소년 상담ㆍ치료교육프로그램 ‘다시 시작해Ⅲ’을 진행해 오고 있다. 게다가 청소년과 공무원, 군인,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성폭력예방 교육은 물론 성희롱 ·성매매방지 교육을 시행, 건강하고 행복한 지역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오고 있다.

한 소장은 “택시기사 대상 예방교육 실시 사례를 학부모 등 교육생에게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택시를 타는 것이 한결 편안하겠다며 해당 업체명 등을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지속적 교육 참여는 결국 택시기사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공분하는 것으로는 성폭력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다”며 “성폭력은 불운한 개인이 겪는 예외적인 사건이라거나 나와는 관계없는 남의 문제가 결코 아니라 남성중심적이고 위계적인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다같이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혔다.

하남=강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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