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대학 취업률 평가’가 대학을 망치고 있다

얼마 전 발표한 중앙대학교의 학과제 폐지를 전제로 한 구조개편안 발표와 이화여대의 신산업융합대학의 신설 그리고 덕성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으로의 고민 등은 대학들이 구조개혁안으로 얼마나 고뇌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 하겠다.

필자 또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예사롭지 않은 대학들의 몸부림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곤 몹시 우려되는 대학의 앞날, 더 나아가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난해 발표한 교육부의 2023년까지의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른 인위적 구조개편들이기 때문이다. 발표에 의하면 대학평가를 ABCDE 5가지 등급으로 나누어 등급별로 재정지원 대학인원등을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평가에서 절대적인 수치가 취업률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모든 대학들이 좋은 등급을 받으려 구조조정을 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취업률이 높은 학과는 살아남고 낮은 학과는 폐과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학 고유의 학문연구와 인재양성은 사라지고 취업기관으로 전락한다는 말이다. 백년대계의 대학교육이 기업과 경제논리에 묻혀 하급기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친기업형 정책으로 대학의 평가나 서열을 취업률로 정하기 시작하였고 대학이 마치 기업의 산하 인력양성소라도 되는 듯 기업 맞춤형 인재를 우선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폐해를 단순히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박대 받고 심지어 문을 닫아야 하는 학과들이 인류의 시작과 함께 해온 인문학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인문학을 경시하는 나라는 현재는 있어도 미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구나 역사 철학 심리학 언어 예술 등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을 대학에서 고사시킨다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떨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터져 나오는 인성포기의 분노범죄 충동범죄 성범죄 이런 무시무시한 범죄들을 다스리고 이 나라의 인성을 바로잡으려면 취업 잘 되는 대학만 우대받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을 연구하고 사람을 바로 세우는 학문도 살려내야 하는 것이 정책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 희랍의 역사를 보면 이미 2천500년 전에 그들은 인문학을 주 학문으로 삼았고 그로 인해 온 인류의 지성의 상징이 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인문학 거장들이 탄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유럽은 1천년의 중세암흑기를 보낸 후 다시 찾은 학문이 바로 그 유명한 르네상스 문예부흥운동이었다. 작금의 선진국 어디에도 아무리 취업문제가 사회문제가 되어도 대학에 인문학을 줄이고 취업률 위주의 학과만을 우대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취업은 일자리다. 일자리는 대학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고 대학은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취업률의 실패를 대학에 전가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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