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사 망치는 황사, 피할 수 없다면 대비해야

황사는 3월~5월에 많이 발생하고 반갑지 않은 손님이란 이유로 ‘봄철 불청객’으로 불린다. 지난 2월 23일 발생한 황사로 서울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1천44㎍㎥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2월 963㎍㎥ 이후 5년 만에 최악으로 기록된 ‘겨울 황사’였다.

‘삼국사기’에는 서기 174년 신라에서 음력 1월에 ‘흙가루가 비처럼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고, ‘증보문헌비고’에는 서기 1550년 조선 명종 때 ‘한양에 흙이 비처럼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옛날부터 황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인데, 심각한 것은 그 빈도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황사 관측일수는 80년대 3.9일, 90년대 7.7일에서 2000년대 10.2일로 증가했다. 그 양도 어마어마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중국과 몽골에서 황사가 한번 발생하면 15톤 덤프트럭 4천~5천 대 분량(4만 6천 톤~8만 6천 톤)의 많은 황사가 우리나라에 쌓이게 된다고 한다.

과거에는 황사에 포함된 칼슘 등 알칼리성 성분이 우리나라 산성토양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해 주는 유익한 점도 있었으나, 중국의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2000년 이후에는 그을음, 중금속 등을 포함한 초미세 오염먼지가 섞인 황사가 날아오고 있다.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최근의 황사는 호흡기 등 사람에게 매우 해로운데, 위험하기는 농작물이나 가축에도 마찬가지이다.

봄철에는 농작물들이 대부분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게 되는 데 황사가 발생하면 비닐하우스 투광율이 8%정도 낮아져 광합성 억제, 온도상승 지연을 유발한다. 이럴 경우 오이는 줄기 웃자람으로 수량이 10% 정도 감소하고, 애호박은 9% 정도 낙과율이 증가하는 등 작물에 피해가 발생한다.

황사가 직접 작물의 잎 표면에 부착되면 기공을 폐쇄하여 증산이나 광합성을 저해하는 한편 병원균이나 해충 번식에 필요한 유기물을 제공하여 병충해 발생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황사가 발생하면 먼저 출입문과 환기창을 닫아 내부로 황사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환기는 최소한으로 실시해야 한다.

황사가 끝난 후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5일 이내에 하우스비닐에 부착된 황사를 동력분무기를 이용해 세척해 줘야 작물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세척요령은 미지근한 물로 조제한 수용성 세제 0.5% 용액(시판 세탁용 세제 200배액)을 동력분무기를 이용하여 비닐면적 1㎡당 2ℓ정도로 살포하면서 세척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황사에는 가축에 유해한 세균이 100배, 곰팡이가 6배나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가축질병을 발생시킬 수 있다. 황사 발생 시 방목장에 있는 가축은 축사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밖에 방치된 건초, 볏짚은 비닐 등으로 덮어 황사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황사로 인해 가축의 호흡기, 순환기 및 안구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황사가 끝나면 축사주변과 건물 내외부를 물로 씻어낸 후 가축에 안전한 구연산 용액 등으로 축사 안팎을 소독해야 한다.

황사가 끝나고 1~2주간 소, 돼지 등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동물들은 고열, 식욕부진, 유량감소와 코, 입, 발굽 등에 물집 등을 세밀히 관찰하여 발견 시에는 즉시 가축방역기관(1588-4060)에 신고해 조기에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는 황사를 황사(Yellow Sand)라 부르지만 국제적인 공식명칭은 아시아먼지(Asian Dust)이다. 우리나라를 통째로 지구 반대편으로 이사할 수 없다면 황사를 피할 수 없다면 이제는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다.

박중수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환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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