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한국가곡 창작 및 보급 활성화 지원 방안

우리나라의 클래식 음악공연 중 대한민국 작곡가들에 의해 쓰인 오페라, 오라토리오, 가곡 등 성악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은 편이다.

가곡은 가사가 있는 음악으로, 한 시대의 시대상이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고 국민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기능과 사회 통합적 기능을 가진 훌륭한 음악장르이지만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시류에 밀려 우리가곡은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70,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TV, Radio 등에서 한국가곡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우리의 가곡을 접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으나 현재는 KBS 1FM을 통하여 방송되는 30분 프로그램이 전부이다.

아쉽게도 이러한 환경은 대한민국의 작곡가들이 뛰어난 음악적 창조역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발휘하여 질 높은 국제적 수준의 가곡작품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으며, 만들어진 작품들도 우리의 성악가와 일반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연에서 연주되고 방송 등에서 들려지는 가곡들은 대부분 오래전부터 애청애창되고 있는 몇몇 작품들의 반복이며, 이는 새로운 음악적 기대를 가지고 있는 많은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우리가곡 관객개발에 실패하고 있다.

서양음악분야의 작곡(창작)지원 사업은 비교적 활성화되어 있으나 우리가곡분야의 창작지원은 그 사회·문화적인 긍정적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거의 미미한 실정이다. 양질의 한국가곡이 창작되지 못한 이유는 대학과 정부의 대규모 작품을 우선시하는 차별적인 평가·지원정책, 작곡계의 조성음악 경시, 그리고 성악가들의 우리가곡 연주 회피 등이 함께 어우러져 맺은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대중음악들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심대하게 자극적이고 즉물적인 정서가 담긴 노랫말들은 청소년들을 포함한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건전한 정서와 인격의 저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계절과 자연, 삶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곁의 희·노·애·락을 시어 등으로 담은 품위 있고 아름다운 노랫말이 시급히 요구된다.

양질의 가곡작곡을 위해서는 양질의 노랫말이 필요하다. 다양한 연령, 대상, 주제, 형식을 포괄하는 노랫말 공모나 위촉, 혹은 자발적 참여 등을 통해 선별된 수준 높은 노랫말 Archive를 지속적으로 구축·공개하여 작곡가들이 자유로이 선택하거나 위촉받아 양질의 작품을 작곡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겠다.

가칭, ‘대한민국 가곡제(기존 및 창작)’를 정례화(봄, 가을)하여 엄선된 작품의 수준 높은 연주를 보장하며 방송 및 음원제작 배포, 유튜브 탑재 등의 가곡 확산 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또한 우수가곡의 해외공연을 통해 가곡의 한류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해외 한민족의 통합에도 작으나마 기여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수가곡을 합창곡, 중창곡, 기악곡으로 편곡하여 다양한 용도의 음악 콘텐츠로 활용하며, TV방송 등에서 ‘나가수’와 같은 가곡 오디션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국민의 정서함양과 예술적 다양성 확보, 침체된 한국가곡 음악계의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해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국민들이 함께 부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시와 이야기가 담긴 노래가 나라 한 가득 널리 울려 퍼진다면, 이는 문화가 융성하는 나라의 밑그림이 될 것이다.

박평준 삼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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