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예술기관, 단체의 갈등과 협력

예술기관과 예술단체 내의 갈등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외부로 표출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현대사회의 특성중 범죄의 증가를 든다. 그러나 범죄의 증가보다는 정보사회, 투명사회로 전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정부 고위직 청문회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이러한 사회 변화의 긍정적 성과로 보기에 충분하다. 예술계의 갈등 표출도 갈등 현상이 많아져서 라기 보다는 투명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 전이의 예술적 모습이다.

근대 이후 독립된 주체가 되기 이전의 예술가는 그것이 종교이던 귀족이던 주문자에 의한 주종관계였다. 설사 예술가와 주문자 간의 갈등이 발생하여도 그것이 사회문제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화가 공공서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예술가와 예술단체, 기관의 갈등은 사회문제로 확산되기 마련이다.

공공 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조직 내 갈등은 개인 간의 문제를 넘어서 공공 조직 관리의 효율성과 목표달성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는 경우에는 조직 관리와 통합성의 한계를 넘었을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내부 갈등을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여전히 남아 있다.

문화예술 창조와 관리 합리성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예술가가 창조활동의 자유를 기본 원리로 하는 독립적 주체가 된 근대 이후에는 이 두 갈등이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되었다.

공공 예술기관이나 단체는 주어진 미션을 관리자와 예술가가 공동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조화롭게 지켜 나갈 수 있는 것은 예술 창조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가진 관리자와 예술 창조에 충실한 예술가가 협력관계에 있을 때이다.

예술창조를 원천으로 삼는 예술가에게는 그에 대한 절대 보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창조에 대한 절대성 원칙이 상식에 어긋나는 사적 영역화나 조직 규범과 규칙을 벗어나는 것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 예술기관이나 단체는 공공서비스를 실현하는 기관이다. 예술가의 가치는 승자 독식이 적용되는 시장경제에 따른다. 공공 조직 내의 이 두 다른 성격은 병립하기 어려운 상호 갈등의 또 다른 요인이다. 따라서 이 두 원리 간의 갭을 인정하고 상호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갈등과 충돌은 반복될 것이다.

최근 빚어진 예술단체의 잦은 갈등은 이러한 구조적 갈등 요인을 조직화 하여 통합하고 체계화하지 못한 결과이며, 공공기관의 예술 활동 범주를 이해하지 못한 미성숙한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다. 일반 기업과는 달리 현대의 예술기관이나 단체는 명령계통에 의한 권위형 조직이나 카리스마형 조직보다는 단원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민주형 조직이 추세이다.

조직의 갈등과 협력은 공공조직이나 사적 조직을 막론하고 어느 조직이나 존재한다. 조직이 내적 갈등을 해소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긍정적 요인으로 협력하는 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성숙도와 예술적 자기관리 수준에 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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