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사장 안전수칙’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올해 첫 시행되는 대형공사장 임시소방시설 설치제도와 더불어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동참해 더 이상 화재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2008년 겨울 이천시 냉동물류창고 공사장화재, 2012년 8월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공사장 화재, 2013년 11월 구로디지털단지 공사장 화재 등 공사현장에서의 화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원인을 분석해 보면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그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불가항력에 의한, 지금껏 알려진 바 없는 원인에 의한 화재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은 어떤 것들일까요? △현장안전 관리자 배치 △용접용단 작업 시 가연물질과 이격거리 유지 또는 제거 △지하 등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 중 환기 △가연성 도료, 우레탄 발포 작업 시 흡연, 발화물질 휴대 금지 △혹한기 임시화로 취급주의 및 소화기 배치 △전기안전점검 실시 △공사현장 임시소방시설 설치 등등 나열하자면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 많은 안전수칙을 어떻게 지키라는 것인지? 공사 진척을 위해 인원을 총동원하고 돈과 자재를 투입하고, 공기를 맞추려면 시간도 모자라는데, 어떻게 그런 중요하지도 않고 경제적 가치도 없는 일, 발생할 확률도 아주 낮은 화재 등 사고를 대비해서 인력과 자금을 투자하겠나! 하는 것이죠. 이 대목에서 “빨리빨리”라는 말을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7 우리나라 건축분야 성장의 원동력은 “빨리빨리”를 통한 공사기간 단축과 눈에 보이는 성과였습니다. 그것이 세계 건설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여주었고,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을 이룩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비용고효율’ 모든 공사장에는 이 원리가 적용됩니다. 단열을 위해, 미관을 위해 비용이 저렴하고, 작업은 용이하며 효율성이 높은 석유화학제품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석유화학제품은 작은 불꽃이나 열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유독성, 가연성 가스를 쉽게 내뿜습니다.

그리고 일단 화재가 나면 짧은 시간에 연소가 확대되어 초기진화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시 문제가 된 드라이비트 공법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

이제 “빨리빨리” 대신 “안전안전”을 외쳐야 할 때입니다. 수백억에서 수천억까지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는 공사현장에서 화재추락붕괴폭발의 위험성을 점검하고,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짧은 시간, 임시소방시설안전설비를 확보하는 작은 투자, 이것이야말로 수천억에 달하는 공사를 완성하고 소중한 인명을 지켜내는 「저비용 고효율」의 극치를 달성하는 일이 아닐까요? 이제는 안전입니다.

소방 시설들이 공사장의 모든 안전을 책임져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모든 분들의 안전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겠지요.

시설주는 법령으로 규제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맘속에 살아있는 안전의식이 연결 고리가 되어줄 때 목적이 달성되리라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공사현장에서의 안전과 화재예방 책무를 저에게 주셨다면 근로자 여러분께서는 언제나 행복한 가정, 언제나 안전한 현장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 같이 노력해서 안전한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기원해봅니다.

배석홍 수원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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